(사진 = 박지선 기자)
사람들은 튜닝(tuning)의 의미를 더 이상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거나 악기 기타의 음을 조율하는 것’으로 떠올리지 않는다. 최근 들어와 이 단어의 의미는 크게 확대되었다. 자신의 개성에 맞게 자동차 디자인을 바꾸거나 기능 향상을 위해 자동차 엔진을 개조하는 것부터 휴대폰, 의류 및 운동화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까지도 튜닝이라고 한다. 운동화 브랜드인 컨버스(Converse)는 소비자들이 하얀 신발을 캔버스 삼아 신발에 직접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물감과 붓을 신발과 함께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자신의 것이 다른 사람의 것과 비슷해야 안심하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의 사람들은 ‘비슷함’에서 불안을 느끼고 ‘개성이 없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화, 세분화되고 자신의 것이 유일하고 독특하기를 원하는 개인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인 가전(家電)은 이제는 ‘개전(個電)’이라 일컬어진다. 가정에서 방마다 TV가 따로 있는 것과 같다. 게다가 가전은 이제 고정형 개전(個電)에 멈추지 않고 모바일 개전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 이동 중에도 혼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 ‘NDSL(닌텐도DS Lite)’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유의 개인화가 큰 추세인 것이다. 자기만 쓰는 것이니 자기 마음대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표현하고자 독특한 디자인과 취향의 상품을 사는 현상 또한 두드러진다. 이제 상품은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다. 휴대폰 통화 전에 발신자가 듣는 음악은 수신자가 정하기는 하지만 막상 수신자는 듣지 못한다. 수신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발신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벨소리를 정하는 것이다. 음악의 이제 CD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보다는 음원 형태로 통신사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훨씬 많다. 음원 선정 또한 그야말로 개인적인 의사결정이다.

이러한 개인 중심의 경제, 개인주의 경제를 에고노믹스(egonomics)라고 한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에고이스트(egoist)는 사회적으로 큰 환영을 받지 못하지만 취향면에서의 에고이스트는 오히려 환영받는다.

에고노믹스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또 다른 특성은 프로슈머(prosumer), 즉 ‘생산적 소비자’다. 개인화된 소비는 소비의 자기표현으로 이루어지고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그 취향을 즐긴다. 여기서 소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소비할 상품의 제조에도 참여하여 생산 기능도 담당한다.

프로슈머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자원봉사자, 동호회 활동가처럼 금전적 보상을 바라지 않고 아마추어로 활동하는 ‘패시브 프로슈머’가 있다. 여기서 좀 더 발전하면 준전문가 수준의 ‘프로추어(proteur;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합성어) 소비자’가 된다. 예를 들면 UCC를 만드는 사람은 패시브 프로슈머이고, 수준 높은 UCC를 만드는 사람은 프로추어 소비자다. 프로추어 또한 금전적 보상을 원치 않는다. 여기에서 더 발전하면 금전 보상을 받으며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액티브 프로슈머’가 된다. 그리고 가장 높은 수준의 소비자는 전문가 수준으로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페셔널 프로슈머’다. 이들 중 일부는 기업을 만들어 CEO가 되기도 하는데, 소위 ‘대박’ 스팀청소기를 만든 한경희 씨가 대표적이다.

반면 에고노믹스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가 되기도 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다음에 거짓으로 음식에 이물질이 있다고 항의하는 소비자, 홈쇼핑TV나 의류 매장에서 의류를 구입하여 입은 다음에 반품하는 소비자도 있다. 또 강성 소비자들은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건물의 정문을 향해 자동차를 돌진하기도 한다. 또, 신문사가 상습적으로 하는 편파적인 보도에 불만을 느끼면 그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며 광고주를 협박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나라 법정은 이러한 소비자 운동을 영업방해로 판단해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이러한 광고 압박 행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영향을 미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내고 싶은 것은 기업 마케터들의 소망이다. 소비자의 머리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서 사고 과정을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람의 뇌를 분석하여 마케팅에 활용하는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도 등장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심리를 읽고 싶어하는 기업과 진화하는 소비자 간의 끊임없는 공방 양상이 흥미진진하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를 통해 여러 경제주체들의 변화속도를 비교한 바 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있다면 NGO는 90마일로 기업을 바짝 쫓고 있고 가족도 60마일로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정부는 더욱 쳐져서 각각 30마일과 25마일로 헉헉대며 달리고 있고 법 조직은 시속 1마일로 아예 경주를 포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변화 속도는 어떤 수준일까. 소비자의 주행 속도는 시속 120마일이다. 물론 일부 굼뜬 소비자도 있겠지만 똑똑하고 용감한 소비자는 △구매력 △정보력 △아이디어 △공격성 등 이미 많은 측면에서 기업을 능가해가고 있다.

앞으로 에고노믹스 시대의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 즉 ‘소비하는 인간’은 글래디에이터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자기중심적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에고노믹스 시대에서 소비자와 함께 영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기업에게 소비자는 고객이 아니라 파트너로 진화,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김 민 주 리드 앤 리더 대표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