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크리스티 경매에 매물로 나와 프랑스-중국의 외교적 마찰을 심화시킨 청대 토끼와 쥐 청동 두상의 낙찰자가 중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낙찰자는 성명을 통해 “약탈 해 간 물건엔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말해 결국 경매는 유찰됐다.

어쩌면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면서 한편으로 씁쓸함을 갖출 수 없었던 것은 나뿐일까? 이 문제를 무조건적으로 애국주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중국인의 모습이나, 경매를 진행할지 여부의 핵심 사안이었던 티벳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중국 정부의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문화재를 되돌려주겠다는 해당국 대통령의 각서를 받고서도 이후 일이 꼬이자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아무런 움직임조차 없는 우리나라 정부의 모습보다는 당당히 ‘내 것’임을 주장하는 중국인의 모습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올해 초 만난 한 유명 문화재 관련 전문가는 “해외로 반출된 유물을 되찾아 오고 알리려는 노력, 우리 문화를 해외로 알리려는 노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어도 모자랄 마당에 정부는 이를 대신하려는 개인과 기업의 움직임마저 잘못된 법과 규제 등을 근거로 막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는 20여 개국 7만 6143점에 이른다고 한다. 가히 엄청난 숫자다. 문화가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자고 외친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전 세계 곳곳에 흩어진 문화재를 되찾아와 우리의 손으로 그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보존이 잘 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국가와의 일시적인 마찰을 우려해 조용히 이를 묵과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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