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골목 곳곳에 생긴 ‘이OO 슈퍼마켓’. 편하고 싼데다가 깔끔해서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이 이곳을 찾는다. 콩나물 한 봉지, 두부 한모를 사는 것도 이곳의 몫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은 대부분 해당 지역 사회에서 다시 돌고 도는 것이 아닌 슈퍼마켓의 본사가 있는 서울로 간다. 해당 업체는 처음 슈퍼마켓을 만들 때 고용창출 효과가 있어서 지역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슈퍼마켓에 고용돼 돈을 벌고 있는 사람보다는 주변에 문을 닫은 슈퍼, 정육점, 반찬가게에서 일하던 사람과 주인의 수가 훨씬 더 많다. 이로 인해 지역상권이 죽고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해져간다. 바로 대기업이 소평 슈퍼마켓 시장에 뛰어들었을 미래의 모습이다.

최근 한 대형유통업체가 330㎡(100평) 규모의 소형점포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전국 지역 상권을 좌지우지해온 대기업이 이제는 골목 상권마저도 싹쓸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형마트가 포화상태가 되 얼마 전부터 이런 소형 슈퍼마켓 사업은 앞 다퉈 대기업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는 사업 분야다. 롯데유통의 ‘롯데슈퍼’,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이미 여러 업체들이 이런 ‘기업형 수퍼마켓’을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올해도 슈퍼마켓 매출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규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영세 상인들은 오래 전부터 여러 규제 장치를 법제화해 기업형 슈퍼마켓을 막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역 사회가 죽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지역 사회 경제의 불균형, 나아가 내수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오후 저녁 9시, 오늘도 뉴스에 나온 많은 정치인들이 재래시장 상인, 영세상인의 손을 붙잡고 ‘지역경제 살리겠습니다’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말로만 지역 경제를 살려서도, 더는 늦어서도 안 된다. 조속한 대책 마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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