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초보은(結草報恩)

올해는 빅터 리 감독이 취임한 3년째가 되는 해이다. 빅터 감독은 취임 당시 “자신의 팀을 만들기 위해선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취임사를 밝혔다. 선수들은 처음엔 따라가기 벅찬 훈련이었지만 지금은 익숙한 모습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 98년 이후 무(無)승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내며 감독의 확신에 대해 선수들은 믿음으로 답할 것이다.

2008년 되돌아보기

지난해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학교가 연세대에게 한 골 차 정도 우세하다는 평을 내렸다. 정기전 10년간의 무승은 깨지는 듯 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면서 경기는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3피리어드 후반에 터진 연세대의 동점골로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당시 경기를 지켜본 아이스하키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늦게 귀국한 고려대의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비긴 것이 다행일 정도다. 고대다운 경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 당시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었던 엄재용 現 SPORTS KU 편집장은 “정기전에서 골리를 맡았던 김유진(체교 05, 하이원)의 선방이 없었더라면 지지 않아서 다행인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번의 실패란 없다

우리학교는 훈련 장소로 안암동을 택했다. 지난 2년 간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전지 훈련을 떠났었다. 동유럽으로 떠난 이유는 연습 경기를 가질 상대를 찾기 위해서였지만 올해부터 일본 대학 강팀인 와세다대와의 교류전이 성사되면서 걱정거리가 없어졌다. 게다가 신입생들이 다수 입학하면서 우리학교는 한층 두터운 선수층을 갖게 됐다. 빅터 감독은 “선수 교체 라인을 작년까지는 2라인을 돌렸지만 올해는 4라인까지 가능하다”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안암동에서 실시된 체력훈련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안양 한라 심의식 감독은 “이젠 체력적인 면에서 실업팀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훈련 결과에 놀랍다”며 향상된 체력을 높이 칭찬했다. 김광환 총 감독은 “지난 해 먼 러시아에서 정기전을 앞둔 직전에 돌아와 선수들의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었다”며 “이번 정기전에서는 두 번의 실패란 없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짐했다.

공격진 – 다양한 성격의 고려대 우세

양 팀 모두 선배들의 졸업이 가장 뼈아프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우리학교는 주포인 조민호(체교 05, 안양 한라), 안현민(체교 05, 안양 한라)의 졸업으로 다양한 공격진을 선보인다. 연세대는 작년 한해 폭발적인 공격을 이끌던 정병천(연세대 05, 안양 한라), 오현호(연세대 05, 하이원)의 공백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양 팀은 서로 다른 대처방법을 보이고 있다. 우리학교는 06학번의 성장이 눈에 띈다. 다채로운 성격의 카드들이 존재한다. 작년 국가대표였던 신상우(체교 06)는 힘있는 플레이를 구사한다. 한호택(체교 06)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드리블 능력이 뛰어나다. 주득점원인 김형준(체교 06)은 슛이 좋으며 스틱을 사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공격력을 갖춘 수비 김 혁(체교 06)과 김우영(체교 07)은 힘있는 중거리슛으로 지원 사격을 펼친다. 다양한 스타일이 어울린 공격적인 플레이는 안정된 연세대의 수비에 도전장을 내밀만 하다. 반면 연세대는 새로운 선수들을 공격진이 포진시켰다. 작년 신인왕을 수상한 박태환(연세대 08, F)을 공격수로 전환시켰다. 1학년 때 우리학교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경험은 더 큰 자신감을 갖게 할 것이다. 코리아리그 포인트상을 차지한 게임메이커 김상욱(연세대 07, F)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수비진 – 두터운 선수진의 연세대 우세

각 팀의 주장이 배치된 수비진은 라이벌이 있어 흥미롭다. 양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김 혁(체교06)과 오광식(연세대 06)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수비진을 이끌 재목으로 평가된다. 한라와의 연습경기 후 조민호와의 인터뷰에서 “혁이의 성장이 놀랍다. 우리학교의 수비진이 약해질까 걱정했는데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다”며 후배를 칭찬했다. 올 4월 세계아이스하키리그에 각 학교에서 유일하게 국가대표로 선발된 김우영(체교 07)과 이돈구(연세대 06)를 주목할만하다. 이돈구는 파워와 기술을 고루 갖춘 안정적인 수비수인 반면, 김우영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공격 참여가 돋보인다. 상대의 퍽을 가로 채 중거리슛으로 이어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빠른 전환의 키(key)는 바로 김우영이 쥐고 있다. 연세대는 최근 2~3년 간 신입생 스카우트에서 수비수 보강에 중점을 두어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수비수 싹쓸이를 통해 한국 아이스하키계를 퇴보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을 정도다. 불과 몇 분만 뛰어도 쉽게 체력이 고갈되는 종목 특성 상 두터운 선수층은 최고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골리 – 1명 이상의 높은 비중 : 박빙

아이스하키에서 골리의 비중은 큰 편이다. 빠른 경기의 특성 상 끝날 때까지 많은 슈팅이 오고 가기에 팀 내 비중이 50% 이상이다. 연세대의 골리 박성제(연세대 07)는 3년째 정기전의 골문을 지킬 예정이다. 정기전의 특성 상 많은 관중들의 응원 속에서 부담감은 가장 큰 변수다. 박성제는 연세대가 우승컵을 차지한 2008 코리아리그에서 베스트 골리 자리를 차지하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우리학교는 골리 김유진의 졸업으로 이 원(체교 06)이 선배의 빈 자리를 메꿀 것으로 예상된다. 연습 경기마다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키핑 실력을 보여주며 한층 성숙한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방학동안 초빙된 러시아인 인스트럭터에게 받은 혹독한 훈련은 그를 더 강해지게 했다. 김광환 총 감독은 “비록 원이가 처음으로 정기전으로 나가지만, 많은 경기 경험과 대담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부담감은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향상된 제자에 대해 칭찬했다.

중요한 것은 경기 당일 컨디션

정기전의 가장 큰 변수는 경기 당일 날의 컨디션이다. 우리학교의 우세가 점쳐졌던 작년, 주전 공격수인 조민호의 다리 부상과 안현민의 어깨 부상으로 제대로 된 경기 내용을 보여줄 수 없었다. 선수들의 부상 여부 못지 않게 중요한 점은 실전 경기 감각의 회복 여부다. 올 봄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는 연세대의 불참으로 대회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양 팀 선수 모두 올 시즌 첫 경기가 정기전이 되는 셈이다. 우리학교는 아시아리그 개막을 앞둔 두 실업팀과 평가전을 치르며 마지막 담금질에 박차를 가했다. 실업팀도 치열한 주전경쟁이 벌이기에 그저 연습경기라 생각하기에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격렬한 경기가 펼쳐졌다. 실전 경험과 체력 비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훈련 시간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안암동을 택했고, 와세다대와 합동 훈련 및 평가전을 가졌다. 반면 연세대는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일본에서 전지 훈련을 가졌다. 연세대가 이번 합숙에서 가장 포인트를 두는 점은 팀 조직력의 강화이다. 신입생인 이영준(연세대 09, F)와 윤지만(연세대 09, D)은 U-19대회 디비젼 2 전승우승을 이끈 주역들이다. 연세대의 전통적 장점인 팀 조직력에 유능한 신입생 선수들이 녹아든다면 한층 더 강한 팀으로 변모할 것이다. 경기 수가 줄어들면서 양 팀 모두 첫 경기가 정기전인만큼 어느 팀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9월 정기전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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