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한민국’에 의해 소송을 당하는 국민은 앞으로 얼마나 나오게 될까?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대한민국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14일 ‘대한민국’에 의해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당했다. 이 소송의 주체는 국가정보원으로 박 변호사가 지난 6월 한 주간지를 통해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의혹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이를 완강히 부인하는 국정원이 소송의 원고로 ‘대한민국’을 내세우며 박 변호사에게 명예훼손으로 제소한 것이다.

지난 해 촛불시위의 발화선으로 지목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기소된 <PD수첩>의 고발자가 당시 농식품부 장관과 담당 정책관였던 것에 견준다면 소송원고 자격이 급비약한 셈이다.

소송 남발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명예훼손 소송이 이제는 사인간의 문제가 아닌, 기관과 개인 그것도 국가기관과 개인간에 의도짙은 수단으로 유용되고 있다. 얼마전 신도시 건설공사 의 입찰비리 의혹을 폭로한 한 대학교수에게 파주시는 명예훼손을 운운했지만, 결국 심의위원 명단을 유출한 비리 공무원이 밝혀지면서 그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 건에서는 그 효과를 발하지 못했지만, 공공기관의 명예훼손 제기는 모든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그 시도 자체를 겁박하는 효과를 준다. 용기있는 내부 고발이나 정당한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해당 기관이 국고를 탕진해가며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대응한다면 개인이 정의와 양심을 지키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한 정부기관이 대한민국의 명예를 대표하고 대한민국의 이름을 가져가지만, 국민은 단지 피고로 남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법치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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