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4.18기념관에서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장=정태호·정경대 행정05)에서 대의원들이 교우회비를 필수납부제가 아닌 선택납부제로 바꿔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본지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본교생 514명을 대상으로 교우회비 필수납부·선택납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필수납부와 선택납부 중 선택납부가 옳다고 답한 비율이 69.1%로 과반 이상이었다. 선택납부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선 ‘본교 졸업생이 꼭 교우회 회원 활동을 하거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므로’(56.1%)와 ‘학생회비가 선택납부인 것처럼 교우회비도 선택납부 항목으로 하는 게 당연하다’(23.8%)는 답변이 많았다.

한편, 필수납부가 옳다고 답한 학생들은 △재학시절에 선배들이 필수납부한 교우회비의 혜택을 누렸으므로(36.3%) △졸업예정자는 잠정적으로 교우회원이기 때문에 당연하다(34.5%) △선택납부를 하면 교우회비를 내지 않고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생겨서(25.1%)라고 답했다.

교우회비 선택납부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현행 필수납부 제도가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영관 선택납부대책위원장은 “교우회는 한국 사회에 큰 영향력을 지니며 동시에 정치색이 뚜렷한 집단”이라며 “그 정치색이 본인과 맞지 않아 교우회비를 납부하고 싶지 않아도 선택권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우회 측은 교우회를 이끌기 위해 납부 의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우회 홍용택 교우협력국장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재학생들에게 교우회 활동을 알리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여론이 선택납부를 원한다면 추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홍 국장은 교우회가 정치색을 띄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이라 반박했다.


설문조사 결과 선택납부로 바뀌어도 교우회비를 내겠다는 의견이 58.4%, 바뀌면 내지 않겠다는 의견이 41.4%였다. 학생회비의 납부율이 약 70%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현재 졸업예정자의 교우회비가 연간 1억 1천만원 정도인데, 설문조사의 결과를 따라 학생들 중 58.4%가 교우회비를 납부한다면 6400만원 정도다.

교우회비를 납부하지 않겠다는 이유로는 ‘교우회원으로 활동할 의향이 없어서’가 45.4%로 가장 많았다. 교우회 활동 의사와 관계없이 교우회비 사용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교우회비를 내지 않겠다고 결정한 학생이 34.4%로 그 뒤를 이었다. 이민영 문과대 학생회장은 “교우회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면 학생들이 내는 교우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택납부를 요구하는 학생들은 교우회비 납부율이 교우회 활동에 대한 하나의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영관 씨는 “현재처럼 회비는 내지만 영향력은 행사할 수 없는 상태는 기형적이다”며 “교우회 활동의 평가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선택납부제는 교우회에 오히려 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박경선 법과대 학생회장은 “학생회에 그나마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학생회비를 냈기 때문”이라며 “교우회비를 선택납부한다면 교우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은 교우회에 관심이 없게 돼 교우회 활동에 대한 관심이나 비판도 오히려 줄어들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암총학과 선택납부대책위원회(위원장=조영관·정경대 정외02, 이하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5일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학대회의 결의 내용을 본교 재무부에 전달하고 선택납부 요구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26일까지 답변을 전달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교우회비 선택납부 요구는 올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교우회비 선택납부 운동을 하고 있는 조영관 대책위원장은 “교우회비 관련 문제제기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며 “지난 2008년부터 교무처에 찾아가고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등 구체적으로 활동을 벌여 올해 안암총학생회의 의결도 이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본교 측은 교우회와 논의한 후 납부 제도 변경 유무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재무부 관계자는 “본교에서 교우회와 상의 없이 임의로 제도를 바꿀 순 없다”며 “최종 결정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교우회 측은 선택납부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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