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교정이 온통 가을빛으로 충만하여, 무릇 무르익음의 계절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좋은 때 좋은 날을 당하여 우리 고려대학교의 고대신문이 창간 62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울러 고대신문의 오늘이 있기까지 열과 성을 다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과 고대신문 동인회 여러분, 그리고 고려대학교의 전 가족 여러분에게도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려대학교는 지난 1947년 11월 3일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신문인 고대신문을 창간하였습니다. 따라서 고대신문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학언론의 효시입니다. 영광된 시간보다는 시련의 나날이 더 많았던 우리 근대사의 족적을 돌아볼 때, 고대신문이 걸어온 길 또한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임을 헤아리면서,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고대신문은 대학언론 본연의 자세를 충실히 지켜옴으로써 우리나라 대학신문의 전범으로 그 위상을 뚜렷이 하였습니다. 고려대학교는 일찍이 교육입국의 건학정신으로 설립되었고, 우리 민족과 영욕을 같이 해온 ‘민족의 대학’입니다. 고대신문이 대학언론의 효시를 자임하고 나선 것도 다름 아닌 민족의 대학으로서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고대정신의 발로임에 틀림없습니다. 언론은 그 시대가 지향하는 정신을 대변합니다. 언론은 그 사회가 요구하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합니다. 우리 고대신문은 자유 · 정의 · 진리의 수호자로서 고난과 역경의 시대에 당당하게 민족의 희망을 대변하고, 부정과 부패를 질타하는 용기를 발휘함으로써 보람과 영광의 역사를 써 왔습니다.

고대신문은 언제나 민주언론의 선봉에 섰고, 지성과 야성의 학문적 토대를 공고히 하였으며 학교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대학은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학문을 닦고 지성을 기르는 곳입니다. 그로써 대학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됩니다. 대학신문은 대학의 그러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여론의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건전한 비판과 함께 생산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대학의 지성이 형형하게 만개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고대신문의 미래를 내다보건대, 고대신문은 부디 변화를 직시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합니다. 오늘날, 변화의 속도는 우리가 쉽게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릅니다. 이념의 시대는 스스로 자신의 벽을 허물고 정보화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숨 가쁘게 끝 간 데를 모르고 치닫던 세계화의 바람은 어느덧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대학언론의 좌표가 새롭게 요구되는 까닭이 바로 그 때문입니다.

고대신문은 탐구정신이 살아 숨 쉬는 지성의 신문이 되어야 합니다. 자유로운 탐구는 대학의 특권이요 일반 사회와 차별화된 대학 지성의 본질입니다. 대학신문과 사회의 신문이 다른 점은 바로 그러한 탐구정신의 있고 없음에서 찾아집니다. 부디 사회의 신문을 추종하지 마시고, 장차 사회의 신문을 바른 방향으로 선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대학신문다운 참모습일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고대신문은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창의적인 신문이 되어야 합니다. 시사와 교양과 생활 등에 관해 보도하고 해설하는 수준을 넘어서 학문의 영역과 정서의 영역까지도 답파하는 신문이어야 합니다. 과학과 철학, 예술 같은 심원한 세계를 유영하는 신문, 그러면서 사회적 책무를 잊지 않는 신문이 되어야 합니다. 비판과 질타를 일삼기보다는 이해와 포용으로 균형 있는 세상을 열어가는 언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고대신문 창간 62주년을 축하하며, 앞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새롭게 거듭나는 신문으로 발전해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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