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는 어느 해보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지난 9월 고대신문에 게재된 교육학과 변기용 교수의 ‘학생과 연구 지원을 위한 행정, 직원을 위한 행정’을 읽고, 직원 입장을 대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지난 23년 동안 애독한 고대신문에 처음으로 글을 내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10월 4일로 정해진 투고 마감 기한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시작해서 끝맺으면 좋을지를 숙고하는 데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변기용 교수의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가 교육학과의 교차지원 학생 수(개인정보와
나는 고려대에 재직 중인 대부분의 다른 교수들과는 다른 경력을 가지고 있다. 1992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후 첫 발령지가 경북대 교무과였다. 여기서 사무관으로서 대학 입시, 교원 인사, 교육과정 업무를 담당했다. 피가 끓는 젊은 사무관의 눈에 보이는 당시 국립대 교수들의 행태는 가관이었다. 1990년대 초반 우리 사회에 민주화의 기운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군사 독재 정권하에서 억눌려 있던 교수들의 총장 선거와 학내 예산 편성 등 학내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 요구가 절정을 이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런 교수들의 요구 자체가 문
“아빠, 콜럼버스라는 사람이 신대륙을 발견했대요!” 며칠 전 초등학교 1학년 큰딸이 위인전을 읽은 뒤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외쳤을 때, 어떻게 받아주어야 할지 막막했다. 콜럼버스가 위인인가? 그가 만들어낸 역사가 저렇게 밝은 표정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인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매우 서구 중심적인 사고에서 유래한 표현이라는 것은 더는 새로운 관점이 아니다. 그들이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대륙은 사실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던 구대륙이었고, 인디언이라고 칭했던 사람들은 그곳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던 토착 원주민이었을 뿐
여기 두 자영업자가 있다. 코로나19로 영업손실의 피해를 본 A와 개업 이후 역대급 영업 호황기를 누린 B다. 편의점 회사에서 영업관리직을 맡음과 동시에 코로나19가 휘몰아쳤다. 코로나19가 전국을 누비던 동안 두 자영업자의 모습을 그려본다. A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손님이 뚝 끊겼다. 사실 A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1년 5월, 본교 인근에 편의점을 개업했다. 그때만 해도 언론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가 뚜렷하다고 떠들 때였다. 2021년 2학기 수업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8월 이
본지는 지난 1955호에서 ‘인권연대국은 입장을 재고해달라’라는 사설을 작성했다. 당시 인권연대국은 서울퀴어문화축제 참여에 관한 건을 부결시킨 중앙운영위원회의 결정을 반인권적이라 밝혔다. 본지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상징성과 대표성에 대해 인권연대국이 의견을 재고하길 간곡하게 부탁드렸다. 안타깝게도 자정의 가능성은 현재로서 적어 보인다. 지난 21일 인권연대국은 인권주간 ‘2022 고려대학교 인권주간: 시선’의 일부로 전국 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인권과 이동권의 제고를
9월은 독서문화진흥법이 정한 ‘독서의 달’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가을에 1만 건에 가까운 독서 관련 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린다고 한다. 이것만 보면 대한민국은 엄청난 독서 강국일 것 같지만 실상은 매우 초라하다. 글로벌 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가 2017년 조사한 ‘국제 독서 빈도 조사(Frequency of reading books in selected countries worldwide in 2017)’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주요 17개국 중 한국인
○… 지난 20일 인권연대국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 초청 강연을 진행하겠다 밝혔소.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를 반대하는 글로 도배됐다오. 한 호형은 “전장연 지하철 시위 때문에 학교에 늦은 경험이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소. 이정도는 양반이오. 신문에 담을 수 없는 무서운 글들이 훨씬 더 많았다오. ○… 지난 22일에는 인권연대국의 국장단 해임안건이 상정됐소. 중앙비상대책위원장은 강연 인사 섭외가 임시중앙집행위원회 국장단 및 중앙운영위원회와의 논의 없이 이뤄졌다며 ‘더 이상 인연국 국장단의 독단적 행보를 용인할 수 없다
지난 호 '정규교육과정에 노동인권 교육 포함해야' 기사를 쓰며 송태수 한국 고용노동교육원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기사에는 노동교육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로 실렸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아파트 단지의 택배 차량 지상 출입 금지 이야기였다. 최근 노약자의 안전을 고려해 단지 내 지상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일명 '공원형 아파트'가 늘고 있다. 차량 통행 제한에는 당연히 택배 차량도 포함된다. 하지만 택배 차량은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가 낮아 진입이 불가능하다. 택배차 높이는 2.5m다. 우리는 매일 택배차
수시 전형 원서 접수 기간이 지나갔다. 주변 수험생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새로웠다. 고등학교 후배로부터 자기소개서를 한 번 봐줄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딱히 자신 있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피드백을 전송해 주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드는거다. 이렇게 틀에 박힌 형식에 맞춰 나를 소개해야 한다니. 이런 형식으로 과연 자기소개를 할 수 있을까. 내가 몇 년 전 썼던 자기소개서에선 어떤 사람이 보일까. 우리는 자신을 소개해야 하는 시기를 맞는다. 3000자 안에, 1분 안에, 또는 다른 틀 안에 본인을 꽉꽉
김인엽 기자 dzlight@
조은결 전문기자
2018년 어느 날, 아버지는 3살짜리 강아지 한 마리를 갑작스레 손에 들고 퇴근하셨습니다. 알고 있던 집이 강아지를 키우다가 여건이 안 돼 결국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인데요. 처음에는 눈치 보기 바쁘고 조그마한 소리에도 크게 놀라 잠도 편히 못 잤었는데, 4년이 지난 지금은 보리라는 이름도 생기고 집에 많이 익숙해져 서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보리는 정말 착합니다. 간식을 줬다가 뺏어도, 밥 먹을 때 건드려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물론 속으로는 싫어하겠지만 우리에게 내색하지 않아요. 간식을 앞에 두고 ‘기다려!’라고 하
신당동에는 조금 다른 느낌의 카페가 있다. 신당역 7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0분 정도 가면 만나는 카페 ‘링링’이다. 겉모습만 보면 여기가 카페가 맞나 싶을 것이다. 벽면이 온통 초록색인 데다가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헬로키티, 케로피 같은 귀여운 산리오 컬렉션들과 함께 모던한 인테리어가 손님을 반긴다. 듣기로는 사장님이 산리오 팬이셔서 산리오의 단종된 물품들을 모으신다고 한다. 그래서 카페에는 현재 매물 자체가 없거나 희귀한 것들이 많다. 카페 안을 청소하는 대걸레를 빠는 기계도 옛날 산리오
좋아하는 가수가 라이브 방송에서 소개해준 작품이다. 정서진은 일출 명소 정동진의 반대 개념이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인천 서구 부근이며, 일몰의 상징인 곳이다. 서구 홈페이지에 이렇게 소개가 되어있다. ‘정동진의 일출이 희망과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면, 정서진의 일몰은 낭만, 그리움, 회상을 의미합니다.’ 정동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시를 보며 나는 정서진에 더 매력을 느꼈다. 힘차게 떠오르는 해도 멋지지만, 스스로를 불태워 본인의 몫을 다해내고 서서히 어둠을 향해 내려앉으며 노을을 만들어내는 해 역시 멋지지 않은가.
폭력과 욕설, 마약과 사이비. 최근 K-드라마에 펼쳐지는 풍경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성매매((Netflix, 2020)), 자금세탁((Netflix, 2020)), 마약((Seezn, 2022)) 등 그간 텔레비전에서 시도할 수 없었던 높은 수위의 드라마가 대거 제작되기 시작했다. 범죄가 텔레비전을 넘어 OTT까지 점령하는 지금의 현상은 비정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K-콘텐츠가 생존을 넘어 글로벌 시대의 정서 구조를 고안해내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은
○… 호형들, 한가위는 잘 보냈소? 이번 한가위에는 백 년 이래 가장 둥근 보름달이 우리를 반겼소. 백 년 전 보성전문학교 호랑이들도 이만큼 둥근 달을 보았던 건가. 다음 기회는 2060년이라네. 40년 뒤 호랑이들도 둥근 달을 보며 우리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네. ○… 둥근 달에 소원은 빌었는가? 한 호형은 달을 보며 "연휴가 끝나도 학교에 가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다네. 그런데, 바로 옆에서는 이상한 소원을 비는 사람이 있더군. "학교에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학구열이 뛰어난 호형을 만나 반가워 말을 걸었소. 알고 보니 호랑
최근 대한민국 정치에서 두 사람이 논란에 휩싸였다.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현 야당의 당 대표인 이재명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특별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기소를 받은 상태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169명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린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용', '대국민 호객행위'라고 반발했다.
최민서 기자 frog@
98년도였을 것이다. TV만 많이 보면 PD가 되는 줄 알았던(사실은 PD라는 장래희망을 핑계로 주구장창 TV 앞에 앉아 있던) 무지렁이, 게다가 사춘기에, 2차 성징에, 감수성이 터지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던 그 시절에 를 만났다. 당시에는 정극이나 시대극처럼 '눈물 콧물 쏟는 치정이 있어야 드라마지' 하는 시절이었는데, 갑자기 신데렐라 스토리의 조상님 격인 이 드라마를 누군가가 만들어냈던 거다. 지금에야 뻔한 오프닝에 16회 엔딩까지 다 읊조릴 수 있는 스토리다. 재벌 2세에 반항기 넘치고 사랑에 대한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