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서 나오는 폐지 활용을 둘러싼 미화용역 직원과 용역업체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건 전개과정

지금까지 본교에서 나오는 폐지는 본교 하청업체인 미화용역업체 직원이 수거해왔다. 폐지 판매로 미화업체 직원 1인이 얻은 수익은 한 달에 1~2만원 선이다. 미화업체 직원이 250명 가량임을 감안할 때 본교에서 나오는 폐지판매 총액은 약 370만원 정도다.

갈등은 본교의 폐기물처리용역 하청업체인 성일환경이 폐지 판매권을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성일환경은 본교와 지난 3월 본교 폐기물 처리를 담당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성일환경은 미화업체 직원이 폐지를 수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 측의 설명으로 알고 있었으며, 지금까진 폐지를 제외한 재활용품만 수거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성일환경이 적자를 호소하며 폐지에 대한 권리는 원래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성일환경과 미화용역업체는 문제를 두고 대화를 이어오다 미화용역업체가 성일환경의 요구를 수용해 지난달 29일 자사 직원에게 폐지를 모으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해결논의 무산돼


미화업체 직원으로 구성된 공공서비스노조 고려대분회(분회장=이영숙, 이하 미화노조)가 업체의 지침에 반발하자, 성일환경은 폐지를 처리하는 대신 미화업체 직원에게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양측은 금액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화노조와 성일환경은 1인당 1만5000원으로 합의하는 듯 했으나, 성일환경이 1인당 1만3000원으로 말을 번복하며 협상이 중단됐다. 이어 미화노조가 조합원 총회를 열며 항의를 계속하자 성이환경이 다시 1만5000원에 합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엔 미화노조가 1인당 2만5000원을 요구했다. 이영숙 미화노조 고려대분회장은 “성일환경이 1만5000원에 합의할 것이었다면 총회 전에 했어야 한다”며 “행동에 나선 다음 이렇게 나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본교 입장은

미화노조는 이번 문제의 책임을 본교에 돌리고 있다. 미화노조는 지난 2일(화)부터 5일(목)까지 하나스퀘어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본교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지난 11일(수)부터 13일(금)까지 본교생을 대상으로 미화노조 지지서명을 받았다. 서명엔 첫날에만 약3600명이 참여했다. 오는 23일(월) 미화노조는 집회를 열고 이기수 총장에게 서명을 전달할 예정이다.

본교는 성일환경이 폐지를 수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직접 나서 갈등을 해결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총무부 위유석 과장은 “예전엔 분리수거란 개념이 없었듯 폐지에 대해서도 자원이란 인식이 없었다”며 “이젠 폐지가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처분권은 당연히 계약업체에 있다”고 말했다.

본교 측이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학교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 과장은 “학교에서 개입해 미화노조의 손을 들어준다면 업체에선 그 비용을 부담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생은 어떻게 생각하나

본교생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용성(이과대 수학09) 씨는 “식대로 한 달에 3만5000원 밖에 주지 않으면서 폐지를 팔지 못하게 하는 건 옳지 않다”며 “그 돈으론 매일 학생회관 라면만 먹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 모 씨는 “학교가 잘 한 건 아니지만 소유권을 따졌을 때 미화업체 직원이 폐지를 파는 게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미화업체 직원을 위해 폐지 수거함을 따로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세미(언론학부09) 씨는 “학생이 원하면 미화업체 직원을 도울 수 있도록 수거함을 설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암총학생회는 뚜렷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태호 안암총학생회장은 “미화노조와 업체 간 논의 진행 상황을 보고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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