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단 이환 과장 인터뷰

지난 겨울방학 중 본교 사회봉사단은 러시아와 피지 두 곳으로 학생 봉사단을 파견했다. 출범 이후 첫 해외봉사단은 지난해 여름 파견된 피지봉사단 1기다. 당시 피지봉사단은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았던 반면, 이번 봉사는 본교가 독자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러시아 봉사단 기획을 총괄했던 사회봉사단 이환 과장은 러시아가 해외봉사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타대학은 보통 대사협이나 월드비전 같은 전문기관에 위탁해 해외봉사를 가지만 그런 곳은 이미 한국봉사단의 발길이 닿은 곳이 많다”며 “과연 같은 곳에 또 고대생을 보내는 게 의미가 있을까 고심하다 직접 바스호트 마을이란 새로운 봉사지를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본교 러시아봉사단이 바스호트로 가게 된 것은 현지 정부관계자의 소개 덕이었다. 그는 “대사협에서 2기 러시아 봉사단을 보낼 때 부단장 자격으로 참여했었다”며 “그 때 한국인이 공화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멀리서도 찾아오는 고려인을 보고 한국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상당하단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미숙한 점도 드러났다. 일정변경이나 의사소통 한계 등 부수적인 문제를 비롯해 ‘왜 이곳으로 봉사를 왔는가’ 혹은 ‘정확한 봉사 수혜자가 누구인가’를 두고 혼란스러워 하는 단원도 있었다. 봉사단 내에서 지적됐던 점을 중심으로 이번 러시아봉사단이 부족했던 부분과 다음 봉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환 과장에게 들어봤다.

- 고려인의 생활수준이 생각보다 낮지 않아 꼭 봉사가 필요한 곳인지 의문이 들었다

칼미키아 공화국 내에서 고려인은 잘 사는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고려인을 봉사 명목으로 찾아간 것은 그들이 한국인에게 관심이 많고 우리의 문화를 궁금해 하기 때문이다.

고려인을 처음 만났을 때 ‘한국사람을 두 번째 보는 것’이란 얘길 들었다. 그들은 한국인의 후손이지만 너무 먼 곳으로 이주해와 한국인을 거의 보지 못하고 우리의 문화도 접하지 못했다. 특히 이민 2,3세대를 거치며 더 심해졌다. 교통이 너무 불편해 고려인이 많아도 올 엄두를 못 내는 거다. 고려인을 대상으로 봉사를 간 것은 한국에서 우리가 처음이다. 우리의 정서를 알려주는 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해야 하는 봉사다.

- 봉사 중에 고려인도 만났지만 칼미키아 주민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 비중이 높았는데

그들의 정서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려인만 만나러 온 것이라고 하면 칼미키아 주민 은 물론 현지에 잘 적응해 살고 있는 고려인조차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들은 우리와 피를 나눈 민족이긴 하지만 지금은 칼미키아인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쪽 모두를 대상으로 했다.

이번 봉사의 목표는 서로 마음을 열자는 것이었다. 그 지역 고려인들이나 칼미키아인들은 우리가 오는 것 자체에 반가워한다. 고려인은 같은 민족을 만난다는 점에서, 칼미키아인은 전혀 모르던 새로운 문화를 접해본다는 점에서다

- 러시아어 전공자가 적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꼈다

언어문제는 어떤 지역으로 가든지 생길 수 있는 문제다. 우리의 목적은 대화에만 있지 않다. 앞으로도 봉사지 언어를 잘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봉사단을 구성할 생각은 없다. 봉사는 꼭 언어로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또한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경험하면 오히려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언어가 중요하다는 점을 직접 깨닫게 되기도 한다. 동기유발 측면에서 의사소통 한계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 일정이 현지에서 여러 차례 변경됐다. 사전에 조율할 수 있던 부분 아닌가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봉사를 떠나면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피지 첫 번째 봉사 때 해비타트, 즉 집짓기를 목표로 갔는데 자재 공급에 문제가 생겨 결국 집을 짓지 못했다. 현지 시멘트 회사가 급작스럽게 파업을 한 거다. 그래서 현지에서 일정을 변경해 기초공사만 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 피지팀은 지난 착오를 보완해 도서관 건물을 90%이상 짓고 오는 데 성공했다.

이번 러시아 봉사에선 마을회관 외벽 도색을 하려 했으나 현지에서 페인트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하지 못했다. 피지팀에서 문제를 보완한 것처럼 러시아팀도 다음 봉사 때 그런 점을 고려해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자 한다

- 학생 개개인이 부담한 돈이 약 100만원 가량이다. 학교 측에서 절반 정도 지원했지만 솔직히 적지 않은 금액이다

최근엔 전액 지원하는 봉사 프로그램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봉사하면 돈을 들이는 게 아니라 시간만 들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봉사의 기본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다. 그것은 돈이 될 수도 있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일반 봉사에서도 자신의 수입을 나누는 것에 인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 다음 러시아 봉사단이 꾸려지면 보완하고 싶은 게 있나

이번처럼 바스호트 마을 한 곳만을 봉사 대상 지역으로 하지 않고, 마을을 두 곳 정도로 나눠 각각 4~5일 씩 머물 생각이다. 한 마을에만 있다보니 일정이 느슨해지는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 이번 봉사에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9점 정도를 주겠다. 우리가 고려인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의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물론 미진한 부분도 있었지만, 칼미키아 매스컴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등 그 지역 사람들이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해외봉사에서 일어나기 쉬운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점도 다행이다. 현지 국회의원, 경찰 등 관계자 도움을 많이 받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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