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환경의학연구소(소장=최재욱 교수)가 최근 주력하는 사업은 유해화학물질 자료의 국제 표준화다. UN과 EU에서 추진하는 화학물질분류사업에 맞춰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평가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중이다. 국내 화학물질분류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화학물질연구센터 이권석 박사는 “분류·표지가 정리되면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주의사항을 파악하게 돼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현재 화학물질 1만 1300여개의 자료를 정리했는데 그 중 5000여개를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에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환경의학연구소는 여타 환경연구소와 다르게 환경, 보건학뿐만 아니라 수의학·치과기공학·화학·자원공학·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자가 연구에 참여한다. 서성철 연구기획실장은 “경영학 전공자는 연구 성과의 경제적 측면을 정부와 기업에 설명할 수 있어 환경성 질환 예방책 도입을 용이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최재욱 소장은 “환경성질환을 일으키는 경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학문 전공자가 의견을 나누면 문제를 더 폭넓은 시각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의학연구소는 1973년에 설립돼 1970~80년대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와 함께 한국의 환경연구를 선도했다. 강성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은 “당시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전무했다”며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는 산업보건,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는 기후환경 분야를 개척했다”고 말했다. 산업보건은 산업 활동에 따른 작업장의 안전, 근로자의 건강, 작업환경을 분석하는 연구 분야다.

환경의학연구소는 당시 열악한 작업환경을 지적하며 산업보건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렸다. ‘원진레이온 작업자 이황화탄소(CS2) 중독 사망 사건(1981년)’, ‘문송면 군 수은 중독 사망 사건(1988년)’ 등의 사건을 공론화 시켰다. 최재욱 소장은 “정부가 경제성장만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작업환경과 노동자 건강을 거론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환경의학연구소는 의학적 측면에서 환경문제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평가했다.

환경의학연구소는 산업보건뿐만 아니라 환경노출 위험성평가, 친환경 경영에 대한 연구·자문까지 연구 분야를 확대했다. 2000년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화학물질 체계적 관리방법 △휴대전화 사용 전자파 노출영향을 연구했다. 이어 2007년 환경성질환센터 설립에도 참여하며 연구성과가 사회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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