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버스를 타고 10분 남짓 달려 도착한 훈련장엔 전역한 예비군 240여 명이 모여 복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훈련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신분 확인이 필수다. 한줄로 늘어서 신분증 대조를 마친 뒤 훈련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훈련장에 들어서면 또 다시 긴 줄이 이어진다. 소대를 구분하는 이름표와 M16총을 받기 위함이다. 방탄모와 탄알집, 수통(물통)을 매단 탄띠도 받는다. 헬멧처럼 생긴 방탄모는 무작위로 나눠주기 때문에 간혹 머리에 안 맞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자가 써보니 꽤나 무게가 나갔다. 머리에 돌덩이를 얹은 느낌이었다. 이 무거운 것을 쓰고 어떻게 행군을 하나 싶었다. 연차가 있는 예비군은 총을 받은 후 직접 총을 분해해 청소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훈련에 필요한 총과 탄띠를 받은 뒤 강당에서 열린 입소식에 참여했다. 군대라는 생각에 딱딱한 분위기일 줄 알았던 예비군 훈련장은 상당히 자유로웠다. 각 잡힌 군인은 드물었다. 군복의 깃을 세우고 바지를 걷어 올리기도 했다. 썬글라스를 끼고 온 예비군 6년차도 있었다. 훈련을 진행하는 조교들의 말투 역시 부드러웠다. 예비군 지휘관 김종섭 씨는 “요즘은 조교가 먼저 다가서지 않으면 멀어진다”며 “농담을 해 분위기를 풀고 친근감 있게 다가서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일반인에 비해 학생들의 태도는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범석 소령은 “학생들은 일반인에 비해 절도 있고, 질서도 잘 지키는 편”이라며 “일반인들은 통제가 잘되지 않는다”고 했다.
예비군 훈련은 크게 오전훈련과 오후훈련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오전훈련은 사격과 안보훈련을 주로 한다. 역시 백미는 사격이었다. 사격장 안전수칙을 제창하며 사격을 시작한다. 사격장에 고정된 총을 사용해 A4용지 크기의 과녁에 왼쪽 3발, 오른쪽 3발을 쏘면 된다. 올해부터는 사격에서 30점 만점에 27점 이상을 받으면 오후 4시 이후의 훈련은 면제다. 29점을 받은 강석(과기대 사체05)씨는 “총을 쏠 때 숨을 쉬면 총이 흔들려 명중하기 힘들다”며 “총을 쏘기 전 심호흡을 한 뒤 숨을 잠깐 참는 것이 명중하기 위한 비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5점을 맞은 예비군도 있었다. 운전병으로 복무했다던 박시인(과기대 사체05) 씨는 “군대에서 총을 잡아본 기억이 거의 없어 점수가 저조한 것”이라며 “사실은 하나의 구멍에 3발이 들어가 5점이 아니라 15점”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현재 군 복무중인 조교들은 예비군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조교는 나이가 어려 곤란할 때가 많다. 예비군이 서투른 조교들에게 짖굳게 굴기 때문이다. 응급 처치 시범 조교는 “여러 놀림을 받아도 선배님들께 지적을 당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후훈련엔 구급법, 화생방, 목진지 점령, 검문소 경계가 있다. 화생방 훈련에선 방독면 착용하는 법, 생화학 공격을 받았을 때 독을 제거하는 제독법 등의 설명이 이어졌다. 화생방 마스크는 보호두건이 없으면 9초 안에 써야하기 때문에 신속함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이를 연습하기 위해 조장들의 경기가 펼쳐졌다. 조장 대신 나온 훈련소 조교출신 예비역은 시범 조교보다 잘했다.
훈련소는 산에 위치해 각 훈련장간 거리가 멀어 이동거리가 상당했다. 기자는 각 훈련장 사이를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들었는데 예비군 대다수는 이번 훈련이 덜 힘든 편이라고 말했다. 작년까지는 뛰고, 포복하고, 장애물을 넘는 각개전투가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종섭 교관은 “해마다 예비군 훈련지침이 내려오지만, 올해는 전체 과목 중 몇 개가 통합돼 각개전투가 없어졌다”며 “훈련 수는 줄었지만 내실은 더 강화했다”고 말했다. 강태권(인문대 중국학부03) 씨는 “예비군 군복만 입으면 무료하고 피곤해 지지만 훈련자체는 힘들지 않다”며 “현역시절이 커피빈 커피이라면 예비군 훈련은 자판기 커피”라고 비유했다.
한편 예비군 훈련이 너무 편해진 것에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강양욱(인문대 중국학부 03) 씨는 “대학생이라 2박 3일 동안 받아야 되는 동원 훈련을 가지 않고 8시간만 훈련 받아서 좋지만 실제 전쟁이 나면 동원되기 때문에 군기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며 “예비역들이 군복을 입은 하루만큼은 자부심을 갖고 해이한 모습을 안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비군 훈련을 받은 소감은 연차별로 달랐다. 예비군 2년차 이문형(과기대 사체05) 씨는 “예비군 훈련을 가려고 군복을 입을 때면 군대 시절이 생각난다”며 “훈련 뒤엔 같이 군생활 했던 동기나 후임, 고참이 생각나서 연락도 괜히 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예비군 6년차 신진호(대학원·스포츠산업 전공) 씨는 “끝났다, 해방이다”라고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받은 소감을 말했다. 그는 “군대까지 8년 동안의 모든 것이 마쳐서 홀가분하다”며 “한편으론 사격이 재미있었는데 앞으론 총 쏠 기회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사격 0점을 받았다. 
모든 훈련을 마친 후 간단한 퇴소식이 있었다. 6월의 무더운 날씨에 다들 지쳐 있었다. 하룻동안의 예비군 훈련이었지만 학생의 평상시 모습과 다른 예비군의 의연함을 짧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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