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내놓은 행정고시 개혁안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가리지 않고 ‘특채’를 헤집어볼 기세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행정고시 개편안이 방향과 취지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 개선안이 제기되기까지의 의견수렴의 과정과 새로운 제도를 적용하려는 속도가 문제였다.

고시제도는 연원은 가히 1000여 년전의 과거제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역사가 유구하더라도, 바꿔야 할 것이라면 바꿔야 한다. 작금에 들어 고시제도는 수 많은 청년층을 ‘고시준비’의 울타리에 묶어두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포섭하지 못했다. 공무원 사회에선 비고시 출신과 외부 전문가들을 배제하는 장벽이었고, 능력과 성과에 따른 인사체계를 세우는 데도 걸림돌이 되었다. 

필기시험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하겠지만, 점수와 직무수행 능력간에 비례관계가 있지는 않다. 급변하는 시대를 대비하려면 필기만이 아닌 다른 전형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면접’의 과정이 빠질 수 없다. 면접과정의 핵심은 심사자에 있다. 현재 최고를 인기를 모으는 한 케이블방송의 가요선발프로그램이 좋은 사례이다. 총 135만 여명의 지원자 중에 단 1명을 뽑는 과정은 그 관심과 인기에 비해 심사 결과에 반발이 드물다. 시청자 대부분이 심사자들은 선발의 판관으로 역량과 경험, 자질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선발제도가 찾아야 할 권위이다. 그것이 ‘특채’이든 무엇으로 불리던 선발과정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이왕 백지가 된 이상 행정고시제도의 개혁을 위한 방안을 신중히 재구상해야 한다. 다만, 우리 사회가 ‘성적순’과 ‘非성적순’ 모두에 이의를 제기하는 불신사회라는 점이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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