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물이 샌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어머니가 받쳐 놓은 그릇에 물이 쌓여간다. 어제, 고연전 사진 특집을 마치니 새벽 2시였다. 너무 피곤해서 집에서 쉬고 싶어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집으로 가서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내 방 한 가득 물이 차있는 것이다. 깜짝 놀란 나는 어머니를 불렀다. 내 방에 물이 있다고. 그러자 어머니도 깜짝 놀라시며 수건으로 물을 닦기 시작하셨다.

새벽 3시, 하루 종일 고연전 사진을 찍느라 지친 딸과, 하루 종일 일하시느라 지친 어머니는 양미간에 인상을 쓰고 물을 닦고 퍼냈다. “아니, 내 평생에 천장에서 물 떨어지긴 처음이다.” “내말이요. 그것도 초가집도 아니고 신도시 아파트에서! 부실공사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던지 해야지!”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점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이가 몹시 안 좋은 어머니와 나였다. 매일매일 계속되는 잔소리와 의견 불일치로 갈등의 골이 깊어가던 차였다. 어머니가 말만 하면 듣기 싫었고, 어머니도 내가 뭐만 하면 불만이셨다. 서로 얼굴도 보기 싫어했던 어머니와 내가 간만에 서로 같은 마음이 되어 같이 일을 하고 있다니... 그 사실이 너무 우스워서 어머니와 나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렇게 서로 웃으면서 하면 될 것을 그동안 너무 화만 냈구나.’

집에 물이 샌 덕분에 어머니와 나는 그간 쌓여왔던 앙금을 대화 없이 풀었다. 물을 다 닦아낸 후, 그릇에 물이 똑똑 소리를 내며 차오르자, 더욱 더 그런 느낌이었다. 살다보면, 위기는 찾아온다. 그때마다 옆에 있어줬던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다음날 아침, 관리소 아저씨가 오셔서 말씀하시길, 지난 번 태풍 ‘곤파스’ 때문에 지붕이 날아갔는데 보수를 하기도 전에 급작스레 폭우가 쏟아져 물이 샌 것이라고 한다. 비록 밤늦게 당황스럽고 피곤했지만, 별안간 이 여름에 우리 집에 찾아온 ‘집샌 물샌’씨 에게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지 사진부장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