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연주회를 하고 있는 세미클래식 단원들.

지난 9일, 세종 학생회관 진달래관에서 금빛 멜로디의 향연이 펼쳐졌다. 아마추어 관악단 세미클래식의 19번째 정기 연주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관객들이 하나둘씩 모이긴 했지만 빈자리가 더 많아 학내공연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줬다.

낮지만 큰 울림과 함께 얀 밴 델 루스트(Jan Van der Roost)의 아스날(Arsenal)이 공연의 서막을 열었다. 행진곡이라 그런지 트럼펫과 트롬본에 드럼과 색소폰,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화음이 경쾌했다. 특히 클라리넷과 유포늄의 합주는 돋보였다. 플루트는 낮으면서 웅장한 금관악기 연주 소리에 묻히지 않고 높고 맑은 음색을 살려 한층 곡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참여한 관객들의 음악적 이해의 폭은 저마다 달랐지만 곡이 전하는 메시지엔 다들 공감하는 듯 보였다.

두 번째 곡은 야콥 드 한(Jacob de Haan)의 로스 로이(Ross Roy)였다. 이 곡은 대학생활을 표현한 곡으로, 곡이 빨라지는 부분은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보여주고 느려지는 부분은 대학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담고 있다. 단원들은 각 악기의 음색을 살리는 연주로 전달력을 높였고 관객들은 자연스레 곡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빠르기의 잦은 변화는 듣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갖게 했다.

이어지는 제임스 반스(James Barnes)의 알바마 서곡(Alvamar overture)을 끝으로 1부의 막이 내렸다. 휴식시간엔 어 러버스 콘체르토(A Lover's Concerto)를 플루트로 연주해 쉬는 시간에도 음악이 흐르는 공연을 만들었다.

2부는 1부에 비해 대중적인 곡으로 구성됐다. 첫 곡은 관객에게 익숙한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었다. 기존의 무거운 느낌에서 벗어나 맑은 음으로 연주해 색다른 느낌을 줬다. 늘 듣던 것과는 달라 낯설었지만 곧 익숙한 멜로디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익숙한 멜로디였지만 가볍지 않게 천천히 연주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다음으로 킬링 미 소프트리(Killing Me Softly) 등 3곡의 연주가 이어졌다.

공연이 끝났을 때 관객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박수는 빈자리를 대신할 만큼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관객들의 앵콜 요청에 악단은 샹젤리제로 화답했다. 공연 내내 조용했던 관객들이 박수를 쳤고, 앉아서 연주하던 단원들도 파트별로 일어나 리듬에 몸을 맡기며 악기를 연주했다. 묵묵히 지휘에만 열중하던 지휘자도 신나게 춤을 췄다. 격식 있게만 느껴지던 연주회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친숙하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성큼 다가온 겨울의 문턱에서 가을을 마무리하는 세미클래식의 잔잔한 선율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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