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국내 최초로 완공된 올림픽 공원 X게임 경기장. 경기장이 보이기도 전에 힘찬 바퀴소리가 들린다.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BMX(바이시클 스턴트) 등 이른바 X게임의 3대 종목을 즐기는 사람들의 연령과 성별, 실력 모두 가지각색. 하지만 바람에 펄럭이는 헐렁한 옷, 땀에 젖은 얼굴, 그리고 밝은 표정은 모두의 공통점이다.

‘Extreme Games’의 약자인 X게임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 가지 묘기를 펼치는 레저스포츠를 통칭한다. 지난 1970년대 서구 청소년들의 놀이문화에서 비롯돼 1990년대 초반 ESPN의 중계방송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처음에는 부상의 위험 때문에 소수의 젊은층, 특히 남성들이 즐겼다. 하지만 모험과 도전, 창조성 등 X게임만의 특징은 차츰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최근에 급속히 퍼진 인라인스케이트는 레이싱, 피트니스, 어그레시브, 하키용으로 나눈다. 이 중 X게임 공식대회에서는 묘기와 창조성을 표현할 수 있는 어그레시브만을 채택한다. 올림픽 공원 내에서도 어그레시브를 즐기는 다양한 연령대의 동호인들을 볼 수 있다.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능숙한 실력을 뽐내는 이인섭(남ㆍ47) 씨는 3년 전부터 프로 선수들의 멋진 묘기를 보고 배우기 시작했다며 “보호대만 잘 갖추고 타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김유미(여ㆍ23) 씨는 ‘현진 어그레시브’라는 동호회 활동으로 주말마다 올림픽 공원을 찾는다. “아직은 어그레시브를 즐기는 여성의 비율이 높지 않지만 일단 시작하면 동호회 사람들이 많이 도와준다”며  활짝 웃는다.
이 같은 인라인의 인기는 유통업계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형할인매장 이마트의 매출액은 올해 4월까지 하루평균 3억원대에서 5월에는 13억원으로 폭증했다.

인라인스케이트에 비해 사용자들이 비교적 젊은 스케이트보드와 BMX는 한층 큰 역동성으로 경기장에서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미끄러지듯 내려와 공중으로 솟구치는 순간 보는 사람의 시선과 숨이 함께 멈추는 듯 했다.

서로의 기술에 대해 지적하고 활발히 소통하는 X게임 매니아들. 그들에게서 나약하고 폐쇄적인 현대인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X게임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그들은 나이와 성별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하늘로 날아오른다.

전문 산악인들의 트레이닝으로 활용되다가 지난 1960년대 이후 레저활동으로 독립한 스포츠 클라이밍도 각광받는 X게임이다.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암장은 300여개에 달한다. 실내암장 매드짐(MADGYM) 담당자 조현실씨는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전신운동이라는 특성상 일반인의 호응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고 소개한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여성의 체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을 키워주며 어린이의 성장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X게임 전용장도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가족이나 동호회 단위로 즐길 수 있다. X게임 이벤트 업체 ESP관계자는 “도입초기에는 1년에 1개 정도의 게임장을 건립했는데 지난해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대중레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초기에 활발했던 X게임 대회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일부에서는 보급 당시 소수 매니아층이 추구하던 도전정신이 약화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익스트림게임연합회 사무처장 곽희승 씨는 “소규모의 아마추어 대회는 줄어들지만 선수들을 발굴해 세계대회로 진출시키기 위한 준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반론을 편다. 단순히 ‘묘기’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스포츠’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또 마운틴보드 등 새로운 종목과 기술들이 계속해서 개발돼 X게임의 도전정신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 속으로 날아든 X게임. X게임의 대중화의 원인과 동기를 두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도시의 한복판에서 모험의 세계를 찾으려는 욕구가 그 중 첫 번째로 꼽힌다. 정형화된 틀없어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창조성 역시 X게임만의 큰 강점이다. 이러한 도전 정신이 스포츠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직접 뛰어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스피드와 스릴이라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상당한 운동량이 소모된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박진경(관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는“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즐기는 생활체육의 기능을 들 수 있다”며 X게임의 가족스포츠로서의 기능을 지적한다. 주5일제 근무 확대는 가족들의 레포츠생활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고 이것이 X게임 대중화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X게임 시장은 더 많은 종목과 기술, 프로그램 개발에 힘입어 앞으로 크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와 함께 X게임의 성장을 위해서는 안전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된다. 즐기는 인구에 비해 안전 교육의 속도나 안전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다양한 캠프나 아카데미를 통한 안전교육의 의무화, 강사 양성 등의 노력과 일반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X게임의 문화가 자극지상주의라는 비판을 넘어 건전한 차세대 스포츠로서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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