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이라는 선로 위를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관차와 같은 삶과 죽음. 이러한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무엇을 얻어야 할까. 30대 시절, 병을 얻어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한국죽음준비교육원 이병찬 원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死)를 통해 생(生)의 격을 한 차원 높이는 것이 죽음준비교육의 핵심”이라는 이병찬 원장에게 죽음준비에 대해 들어봤다.

-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죽음 준비란 실제 육체적 주검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제 죽음에 대한 준비를 넘어 생명과 죽음에 대해 건전한 가치관을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가치관은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해주고, 죽음이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 죽음에 대한 준비가 삶에서 어떤 차이를 불러오나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정해져있는 때가 있는데 이를 생각하지 못하면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어찌 보면 가장 극단적인 것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삶과 마주하게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또한 삶의 행복을 일깨워주고 헛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해줘 인간 그 자체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 우리 사회 통념상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아직 어색하다
“살기도 바쁜데 아주 멀게만 느껴지는 죽음을 왜 준비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어쩔 수가 없다. 이에 죽음이 보편적인 삶의 한 과정임을 알고는 있으나 자신만큼은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비(非)경험과 인지 부족 등은 죽음에 대해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는 성숙한 죽음문화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죽음 준비에 대한 개방적 사고가 절실하다”

이병찬 원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김슬기 기자kimsg@

 

-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 자살률이 1위다. 자살도 죽음에 대한 가치관과 연관 있을 것 같은데
“자살을 택한 사람은 죽음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과의 부조화로 인한 극도의 상실감, 자살하면 모든 것이 끝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이러한 잘못된 선택을 부추긴다. 자신의 생명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다. 선조와 부모가 자신의 몸을 이루고 있다. 생명과 죽음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없어 이러한 가치를 잊고 살아가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 죽음준비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올바르게 죽음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교육엔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강연과 함께 유언장 작성, 버킷리스트 작성, 영정 사진 촬영, 임관 체험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이 죽음이라는 직접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현재를 더 절실히 살아가게 된다. 진지함, 엄숙함, 겸손함으로 살아온 날들에 대해 성찰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는 과정을 거친다. 유언장을 작성하고 상복을 입고 몸이 묶여 저승사자에 의해 관속에 들어가는 임관 체험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반성했다. 삶의 중요성과 소홀한 관계에 대한 후회와 연민, 영원한 이별에 따른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말로 설명을 한다고 해도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경험하고 깨닫게 되면 그 의미를 알 것이다”

- 대학생에게 죽음준비교육은 왜 중요한가
“인간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선택된 절대적 운명이 있는가 하면, 인간 의지에 따라  변화시킬 수 있는 상대적 운명이 있다. 청년기에 상대적 운명을 바꿀 가장 좋은 교육이 죽음준비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가치관을 정립하고 삶을 향해 달리는 출발점이 청년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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