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등록금 심의 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 학생 대표자들은 학교 측을 상대로 등록금 2% 인하와 면학장학금 40억 이상 확충을 약속받았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면학장학금 확충인데, 학교 측에서는 국가장학금 45억으로 이를 충당하였다고 답변했다. 학교 측에서 말한 국가장학금 45억은 학교의 자체적 등록금 인하(고려대의 경우 2%)로 얻어지는 국가장학금 유형II의 금액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장학금은 애초에 등심위에서 논의되는 장학금 확충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이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학교 측이 논란을 확산하는 진원지이고, 실제로는 어떤 부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이러한 학교 측의 미온한 태도에 대응하여 정경대 학생회는 9/26 ‘면학장학금40억 환수운동 본부’를 발족했다. 주된 활동으로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으며 장학금 환수를 위한 학내 선전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정경대 회장은 등심위에 참여한 학생 대표자 중 한 명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삼보일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모습에 그가 말한 책임감의 진정성이 느껴지지만, 아직도 많은 학우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등심위가 열린지 아홉 달이 된 지금 시점에서 장학금 환수운동을 한다는 것이 학우들에게는 어쩌면 사후약방문하는 태도로 비춰지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볼 부분이다. 이런 학우들의 냉소적 태도를 해소하는 것이 장학금 환수운동의 큰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장학금 환수운동의 핵심은 이 운동의 정당성에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학교는 학우들에게 약속한 바를 어겼고, 대학생의 높은 등록금 부담은 이미 전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었다. 지난 2월 고대 총학이 밝힌 대로 고려대 재단은 고위험 자산에 재단적립금을 과도하게 투자하여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재단적립금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수입원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방만하게 운영하여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 결과는 온전히 학교의 책임이다. 만약 수익이 있었더라도 학교에 법인부담금을 거의 내놓지 않는 재단에서 과연 학우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태도를 취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학교가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장학금 환수를 위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 곧 있을 중간고사 기간에도 장학금 환수를 위한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이는 비단 장학금 환수에만 초점이 맞춰진 운동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넓은 차원에서 학우들의 교육권리 획득을 위한 운동이 되어야 한다. 교육권리에는 절대평가제 도입, 영강 의무화 폐지, 전과제도 도입 등 세부적인 것들도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 문제로 확산된 등록금 문제가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대학생의 금전적 부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졸자/대졸자에 대한 차별과 고질적인 경제 문제 등의 해결을 말하는 것이다. 교육권이 침해당하는 원인을 사회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대학생이 당연히 취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일부 관심 있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전체 학생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함께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선용 한국사회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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