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강독]섹스가 삶의 건강함을 회복시킨다

유희수 교수의 서양문화의 사회사 ① 고대신문l승인20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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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수 문과대 교수.사학과
섹스에도 역사가 있는가? 그걸 공식 강의 과목에서 가르치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이 강의는 사실 <서양에서의 섹스의 역사>를 다룬다. 과목의 공식 명칭을 <서양문화의 사회사>라고 한 것은 이 과목이 처음 개설될 당시 학과의 연로한 교수님이 과목 이름을 ‘점잖게’ 붙이라는 권유 때문이었다. 이것은 섹스가 무슨 학문의 대상이냐며 비웃고, ‘신성한’ 강의실에서 그에 대해 말한다는 걸 꺼림칙하게 여기는 사회적 통념을 반영한다. 

서양의 합리주의 전통, 특히 이성을 통해 모든 것을 포괄하고 개조할 수 있다는 근대성의 논리는 육체를 이성의 종속물로 규정했다. 그리하여 육체와 관련된 섹스는 스스로의 논리를 갖지 않으며 따라서 자체의 역사가 없다고 간주해왔다. 이제 이것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이 강의는 시대별로 나누어 고대/중세/근대/현대로 구성되어 있지만, 다음 세 가지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첫째, 서로 표리관계에 있는 남근일원주의(phallicmonism)와 여성혐오(misogyny)의 뿌리 깊은 전통이다. 이를 토대로 가부장제적 남성성이 만들어지고 여성성은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남성에게 종속된다는 개념이 형성되었다. 특히 가문의 순수 혈통을 이어갈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는 여성은 섹스 행위에 대해서도 수많은 금기가 부과되었다. 능동적 남성성과 수동적 여성성의 정형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것임을 가부장적 지배 체제에 비춰 폭로한다. 고대 그리스-로마 사회에서 극심했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완화된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둘째, 중세 기독교적 금욕주의의 장기적 영향이다. 원죄를 성욕의 반란으로 규정한 기독교 성철학은 성에 관련된 금기를 고대 사회에 비해 수도 없이 증가시켰다. 기독교의 금욕주의적 성규범은 중세가 지난 근대에 이르러 일상생활 속에 정착하여 서양인들의 모세혈관 속에 체화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기독교적 금기가 많이 와해되었지만, 개신교 근본주의 교파의 엄숙한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결혼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셋째, 자본 권력과 관련된 성의 물화(物化)다. 16세기 이래 근현대는 성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과정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미셸 푸코의 지적대로 권력은 성을 단순히 억압하기보다는 말하게 하고 선동하고 조장하고 육성한다. 특히 19세기 말부터 본격 도입된 자본주의적 대량생산 전략은 노동자의 육체와 성을 기계 부속품처럼 관리하는 물건의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대량생산의 불가피한 귀결로 소비가 미덕이 된 20세기 들어 자본권력은 청교도적 금욕주의를 버리고 섹스 이미지를 선동해 소비욕구를 조장하는 전략으로 바꾸었다. 남녀, 특히 여성의 섹시한 몸매 이미지를 담은 광고는 소비 대중에게 자신의 몸의 불안정성을 끊임없이 모니터하도록 부추기고, 관련 상품의 구매와 소비를 통해 자신의 몸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환상을 주입한다. 날씬하고 섹시한 몸매는 그와 전혀 관계가 없는 영역에서조차 교환가치를 갖게 되며, 그러한 몸매를 만들려는 처절한 노력은 성찰적 사고를 결여한 소비 대중의 강박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렇듯 섹스는 다양한 지배 이념과 권력이 작용하는 사회적 몸의 일부다. 그렇다면 섹스를 권력의 작용점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권력에 대항하는 거점으로 삼을 수는 없는가?  각종 금기에서 벗어나 섹스가 넘쳐나고 있는 오늘날,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인 섹스가 개인적 삶과 사회적 공존의 건강함을 회복시켜주는 주체가 될 수는 없는가? 사랑의 감정으로서의 섹스는 감각적 교감을 통해 완전한 합일을 이루고 싶은 충동이기 때문에 어떤 소속감을 회복시켜주는 감성적 치유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물질적 교환관계의 모든 인간관계로의 삼투로 말미암아 의미 있는 공감적 접촉을 잃어버린 메마른 사회를 좀 더 따스한 공동체로 만드는 사회적 기능에도 연결되어 있다.


유희수 문과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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