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화감독이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내렸다. 본지가 바로 이달 초에 만난 민병훈 감독이다. 영화는 극장에 걸리기 전부터 평단의 반응이 좋았고, 개봉된 이후에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민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서울에서는 단 한 곳, 전국 12개 극장에서 하루 1~2회 교차상영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안 봐서 안 트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 보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종영을 결정했다. 

한 해 방문관객 1억명 돌파에 환호하며 한국영화의 부흥에 들떠있던 거품 뒤에 숨은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올해 한국 영화는 한 해에 하나가 나오기 힘든 1000만 영화가 두 편이나 있었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 장르 또한 사회물부터 멜로와 오락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져 그 의미도 높이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3개의 기업의 영화배급의 50%이상을 좌우하고, 지난 10월의 경우에는 특정 기업이 국내 극장가의 좌석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익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 영화의 성공이 영화산업 전체의 성공인지에 회의가 제기되는 것이다.

영화 관계당국이 모여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문’을 지난 7월에 발표했지만, 동참을 이끌 수 없는 아름다운 선언일 뿐이다. 한국 영화가 올해 좋은 성과를 올렸다면 그 기저에는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고민하는 이들의 노력과 땀이 배어있다. 이들이 관객을 만나고 관객에게 평가받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영화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다면 절실한 일이다.

소외되고 고립된 부분을 담아 사회에 교류시키겠다는 영화가 관객과의 터치에 길이 막혀버렸다. 이 해소는 정책과 규제만으로 이룰 수는 없다. 관객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실 안암캠퍼스 안에도 시설이 좋은 영화관이 있다. 가까운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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