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석영중(문과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김학진(문과대 심리학과) 교수.
뇌 과학과 문학이 만나는 지점은 어디일까. 뇌과학자 김학진(문과대 심리학과) 교수와 석영중(문과대 노어노문학과) 교수가 29일 University+ 프로젝트 ‘문학과 과학, 창조적 대화를 향하여’에서 만났다. 백주년기념관 원격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강연엔 1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강연은 먼저 두 교수가 대화를 나누고 학생들의 질의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가전제품 설명서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과학에 문외한”이었다는 석영중 교수는 몇 년 전 읽은 뇌과학 관련 책에 매료됐다. 이후 연구를 통해 ‘문학 속의 인간상’과 ‘뇌 과학적 지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석 교수는 뇌 과학과 문학이 만나는 지점을 정리해 2011년 <뇌를 훔친 소설가>를 출간했다.

김학진 교수는 “뇌는 여러 학문을 연계할 수 있는 공통의 대화 코드”라고 강조했다. 학문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연구하는 것이고, 인간의 행동은 뇌의 작용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인간의 자유의지의 범위가 좁아진다. 그러나 어떤 뇌의 작용이 어떤 행동을 유발시키는지 알게 돼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은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 날 대화에선 ‘뇌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이야기가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학진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성인기가 되면 뇌의 성장이 멈추는 줄 알고 있는데, 전두엽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변화한다”고 말했다. 특정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부하면 뇌 속에 새로운 회로가 생겨 그 부분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때 석영중 교수가 “저는 제가 수학을 못하는 이유가 유전 때문이라고 변명해 왔는데 열심히 공부하면 잘할 수 있다니 희망적”이라고 말하자 강의실엔 웃음이 터졌다.

한편, 학생 질의 시간에는 모든 것을 뇌와 신경의 작용으로 환원하는 시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문학 속에는 사랑, 신뢰 등 뇌의 작용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감정들도 많다는 것이다. 석영중 교수는 “인문학과 과학은 ‘인간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뇌 과학적 접근은 한 가지 답변일 뿐 정답이 아니다.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여러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