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사면은 국가 원수의 고유 권한으로 사법부의 형 집행 효력을 소멸시키는 행위다. 사면은 일반 사면과 특별 사면으로 나뉘는데, 일반 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며 개인이 아닌 형 자체에 적용돼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기 어렵다. 반면 특별 사면은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의 결정만으로도 집행이 가능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여지가 있다.

사면법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사면제도의 본질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다. 사면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법원의 재판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와 함께 사면 대상자를 결정하는 과정이 사법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사면권은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사법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수단으로써 존재하고 있다. 차진아(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 사면의 본래 취지는 사법부가 잘못된 판결을 내렸을 때 이를 바로잡을 여지를 남겨두기 위함”이라며 “사면법의 존재 자체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지만 이를 오·남용하는 행태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헌법 제 79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 감형 또는 복권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는 사면권이 ‘국민 화합을 이끌어내고 법 감정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경우’에 정당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국내 역대 정권에서 행사된 사면권은 정치, 경제 사범을 풀어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특별 사면이 권력형 비리의 면죄부가 되는 구조적 이유를 법치주의가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차 교수는 “근대사를 살펴보면 법을 올바로 정립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한 과정이 너무 짧았다”며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법에 대한 불신이 뿌리내려 사면법의 본래 취지가 변색됐다”고 설명했다.

2011년 8월, 사법권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특별 사면을 제안할 때는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한다’는 내용의 법령이 신설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법령의 실효성이 약해 여전히 사면권이 ‘특권층 면죄부’로 악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21일 법사위에 사면법 개정을 대표 발의한 민주통합당 문병호 의원실 이규성 비서관은 “새로이 발의된 개정안에는 특별사면도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조항이 있어 사면권을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해외의 경우 사면 대상 선정에 엄격한 기준을 둔다. 하원에 의해 소추된 경우 사면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노르웨이, 장관의 사면을 금지하는 덴마크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면 대상에 대한 문서화된 규정이 없어 대통령 자의적 판단에 의한 사면이 가능하다.

사면이 법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한계 설정이 필요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달 법사위에 제출된 사면법 개정안엔 △30대 기업집단의 총수 △대통령 8촌 이내 친인척 △차관급 이상 공무원 등에 사면권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종보 변호사는 “현행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장인데 국회나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도 사면법의 정당성을 확보할 하나의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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