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에게 국정원 사태를 알리는 희망 청년회 회원들.          사진│이지영 기자 ljy@

  국정원의 18대 대통령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정기 촛불문화제가 16일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장마철,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습한 날씨에도 하나 둘 씩 사람들이 모여 70여 명이 초에 불을 붙였다. 민중가수 백자의 희망찬 노래로 문화제는 시작했다. 6월 중순에 시작한 촛불문화제는 이날도 계속되고 있었다.

  정기 촛불문화제는 여러 시민단체에서 돌아가며 하루 씩 맡아 운영하고 있었다. 이날 문화제 운영을 맡은 희망청년회 박철우 회장은 “희망청년회는 5.18의 민주정신을 계승하는 단체”라며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촛불문화제에 동참하게 됐다”고 개회 소감을 밝혔다. 국정원 사태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 이후 문화제에 동참한 시민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KBS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신철훈 씨가 자유 발언대에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 나왔다. 신 씨는 “KBS에서 문화제를 매일 취재 하지만 방송에는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보도기자로 현장을 방문한 김백겸 민중의 소리 기자는 “문화제가 처음 시작한 첫 주 이외에는 주요 언론사에서 관심 있게 조명하지 않는다”며 “오늘 나온 언론사도 민중의 소리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한 문화제임에도 대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20대 참가자들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구석에서 조용히 촛불을 밝히고 있던 노부부 전응희(77·남), 강보이(71·여) 씨는 대학생들이 참여하지 않는 문화제에 울분을 토했다. “미쳐. 요즘 학생들 왜 그래? 가만히 있으면 바꿀 수 없잖아. 그래서 나왔어” 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제를 참가한 김진희(경희대 식품영양07) 씨는 “경희대에서 열린 시국선언에도 동참했다”며 “대규모 집회에서 참여하는 인원수가 1만, 2만 씩 늘어가는 이유는 대학생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사태가 발발하자마자 시작한 촛불문화제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촛불문화제를 주도한 희망 청년회는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정원 사태 관계자들의 엄중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 밝혔다. 굳은 날씨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이 있다면 민주주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적극 행동하는 참가자들의 마음의 촛불이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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