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 작가가 6.25전쟁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당시, 서울 변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작가가 문화생활을 접하는 유일한 창구는 한 친구의 집이었다. 서 작가는 “그 친구 집에서 많은 예술 관련 서적을 접했고 그곳이 지금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출발점”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6.25전쟁은 서 작가 자신을 이해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서 작가는 가족들에게 들은 피난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서 작가는 “나중에 그림을 보니 전후에 어린 시절을 보낸 자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나의 모든 정서는 전쟁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서 작가는 의무감과 당위성을 갖고 6.25전쟁을 표현했다.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던 서용선 작가는 전시회와 이념을 최대한 배제시키려 했다. 서 작가는 남과 북이 외세의 영향과 전쟁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으로 이데올로기가 갈라졌다고 지적했다. “6.25 전쟁은 남한과 북한 둘 다 제대로 된 이데올로기 싸움을 하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끌려 다녔다. 굳이 따지면 ‘상처받은 이데올로기’를 전시회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림에 이념을 배제하려는 노력은 서용선 작가에게 어떠한 상황이든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주기도 했다. 서 작가는 평소 6.25전쟁을 러시아 혹은 중국의 입장이 배제된 채 우리나라 입장에서만 해석해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스탈린’을 녹색으로 어둡고 칙칙하게 표현했다. 그러던 중 러시아사 전공인 민경현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반대 입장의 상황을 바라보게 됐다. 이러한 노력은 이번 전시회에서도 드러난다. 서 작가는 “전시회 작품 중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것이 있는데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진을 참고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려 보았다”고 설명했다.
‘왜곡’과 ‘과장’이 특징인 표현주의 경향을 보이는 서용선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 특징을 녹여냈다. 서 작가는 사실에 다가가지 않는 ‘표현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림이 정확하고 사실적 묘사가 될수록 제한적인 이미지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서 작가는 “진실은 반드시 한 가지가 아닐 수 있어 매번 모호한 그림을 그린다”며 “단순히 6.25전쟁이라는 물리적인 사실만 들여다보기 보단 다각도로 전쟁의 내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