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 작가가 상처받은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청중들과 대화를 나누고있다.
사진│이지영 기자 ljy@
   ‘정전 60주년기념 서용선 작가와 관람객의 대화’가 3일 본교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다.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전’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50여 명의 청중이 참석했다. 정영목(서울대 서양화과)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날 강연은 관람객의 질문에 서용선 작가(63)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서용선 작가가 6.25전쟁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당시, 서울 변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 작가가 문화생활을 접하는 유일한 창구는 한 친구의 집이었다. 서 작가는 “그 친구 집에서 많은 예술 관련 서적을 접했고 그곳이 지금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출발점”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6.25전쟁은 서 작가 자신을 이해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서 작가는  가족들에게 들은 피난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서 작가는 “나중에 그림을 보니 전후에 어린 시절을 보낸 자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나의 모든 정서는 전쟁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서 작가는 의무감과 당위성을 갖고 6.25전쟁을 표현했다.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기 시작했던 서용선 작가는 전시회와 이념을 최대한 배제시키려 했다. 서 작가는 남과 북이 외세의 영향과 전쟁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으로 이데올로기가 갈라졌다고 지적했다. “6.25 전쟁은 남한과 북한 둘 다 제대로 된 이데올로기 싸움을 하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끌려 다녔다. 굳이 따지면 ‘상처받은 이데올로기’를 전시회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림에 이념을 배제하려는 노력은 서용선 작가에게 어떠한 상황이든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주기도 했다. 서 작가는 평소 6.25전쟁을 러시아 혹은 중국의 입장이 배제된 채  우리나라 입장에서만 해석해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스탈린’을 녹색으로 어둡고 칙칙하게 표현했다. 그러던 중 러시아사 전공인 민경현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반대 입장의 상황을 바라보게 됐다. 이러한 노력은 이번 전시회에서도 드러난다. 서 작가는 “전시회 작품 중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것이 있는데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진을 참고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려 보았다”고 설명했다.

  ‘왜곡’과 ‘과장’이 특징인 표현주의 경향을 보이는 서용선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 특징을 녹여냈다. 서 작가는 사실에 다가가지 않는 ‘표현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림이 정확하고 사실적 묘사가 될수록 제한적인 이미지와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서 작가는 “진실은 반드시 한 가지가 아닐 수 있어 매번 모호한 그림을 그린다”며 “단순히 6.25전쟁이라는 물리적인 사실만 들여다보기 보단 다각도로 전쟁의 내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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