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국가정보원 국정조사의 조사기간인 45일 중 거의 절반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사된 것도 밝혀진 것도 없다. 국정조사가 시작된 지 15일이 지나서야 양당은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합의하였고, 이번 주에야 기관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우리나라 국회 역사에서 여야 간에 첨예한 맞서는 사안을 국정조사하여 생산적인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거나 진실이 규명된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 이명박 정권시절 미국 쇠고기파동 이후 진행된 국정조사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국정원 국정조사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국정원이 지난 대선기간 중에 벌인 댓글공작과 선거개입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국정원 행태의 위험성과 국민적 반감을 인식했기에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3주간 여당이 국정조사에 임한 태도는 국정조사를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한 모습이다. 야당의 특위위원 자격에 트집을 잡고, 국정조사의 실시계획을 잡는 데에도 반대만을 계속했다. 게다가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유린’과 ‘국정원 직원의 매관매직 의혹’으로 쟁점을 왜곡시키고자 했다.

  지난 6월부터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교수와 대학생,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내와 전국 각지에서는 국정원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하나둘씩 열리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공분을 댓글사건을 은폐조작한 범죄자인 경찰이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고, 기성언론은 관련보도를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방송사에서는 자사 내의 보도까지 통제하는 상황에 벌어지고 있다.

  여당이 대충 시간을 때우다가 국정조사를 마칠 심사라면 큰 오판이다. 깨어있는 국민들이 쉽게 지금의 분노를 거두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