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12일 오후 9시의 건대입구. 건국대가 바로 코앞에 보이는 거리에는 각종 유흥주점들이 밀집해있다. 여러 주점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띠는 한 주점이 있었다. 맛좋은 술과 푸짐한 안주가 있는 술집이 아니다. ‘이성과의 낯선 만남’을 안주삼아 술을 즐기는 ‘부킹주점’이다. 이미 건대입구 근처에는 수많은 부킹주점이 입점해 있다. 전자기기를 이용한 부킹, 신나는 분위기 속 자유로운 만남, 부킹주점은 새로운 인연에 대한 20대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사람 꽤 찼어요, 한탕하고 가세요, 오빠들” 건대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ㅇ부킹주점’ 앞. 짧은 바지에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능숙한 호객행위로 사람을 가게로 이끌었다. 가게 관계자는 “금, 토요일에는 보통 입구에서 몇 십 미터까지 줄을 선다”며 “고객 중 90%이상이 20대”라고 말했다.
  지하 1층, 넓은 공간에 약 100석의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칸막이 따위는 없었다. 널찍한 테이블과 4인, 또는 8인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있었다. 중앙에는 흡사 클럽과 같이 춤을 출 수 있는 무대와 DJ부스가 있었다. 비교적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주점 내부에는 남성들의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더운 날씨에도 정장 재킷에 넥타이까지 맨 남성도 있었다. 조명은 어두웠지만 남성들은 여성들의 외모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의미 없이 어슬렁  거리는 남자, 화장실을 가는 척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남자,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은 부킹 상대를 물색했다.
  기자에게 자리를 안내한 웨이터는 “언제든지 원하시는 테이블과 부킹하시면 된다”는 말을 남긴 채 돌아갔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강렬한 클럽음악이 나올 때면 여러 명이 가게 중앙의 무대로 나가 춤을 췄다. “몇 분이서 오셨어요?” 무대 곳곳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아름다운 여성과의 부킹 성사’를 바라는 그들에게 암묵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몇 번의 팽팽한 기 싸움과 묘한 긴장감 속에서 부킹에 성공한 남성은 여성과 함께 테이블로 이동했다. 가게에서는 헌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음악과 조명을 통해 분위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전략적인 모습도 보였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울려 퍼지던 스피커에서는 이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조명도 서서히 밝아졌다.
  잠시 뒤 한 여성이 기자가 있는 테이블로 와 앉았다. 그녀는 “친구들과의 내기에서 져서 벌칙을 받으러 왔다”며 “술을 한 잔 달라”고 말했다. 이런 저런 말이 오가며 동료여성 3명과의 첫 부킹이 이뤄졌다. 이번이 벌써 5번째 방문이라는 김예림(가명, 여·21) 씨는 일상 속에서의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어김없이 부킹호프를 찾는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는데 기댈 곳도 없고 너무 외로워서 왔어요. 잠시나마 처한 상황을 잊을 수 있어서 찾게 되는 거 같아요.” ‘이런 만남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기자의 말에 이희영(가명, 여·21) 씨는 욕설과 함께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덜 부담스럽고 재미있다”며 “잠깐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아무 이야기나 할 수 있어 훨씬 자유롭다”고 말했다.
  부킹을 위한 두 번째 댄스타임이 시작되고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다시 무대로 나와 뒤섞이기 시작했다. 자정을 넘기자가 넘자 주점 안은 빈 테이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찼다. 밤이 깊어지자 수위 높은 스킨십을 하는 남녀의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술에 취한 여성을 부축하며 가게를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 졸업반 여성과 두 번째 부킹이 이뤄졌다. 술에 조금 취한 최예나(가명, 여·24) 씨는 스킨십을 해달라는 다소 노골적인 요구도 서슴지 않았다.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예나 씨는 시선과 주목을 받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부킹호프에서 남자들이 나를 주시하고 또 부킹을 요구하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껴요. 이런 곳에선 그저 순간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주점에서는 고급 양주를 상품으로 주는 노래자랑 이벤트를 열었다. 신청자는 모두 남자. 여성의 시선을 받기 위한 노력이었다. 첫 번째 도전자로 나섰지만 우승에 실패한 김상현(가명, 남·23) 씨. 그는 소위 ‘원나잇’을 위해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부킹주점을 찾았다고 스스럼없이 밝혔다. “남자들이 이런데 오는 이유는 다 홈런(원나잇)이 목적인 것 같아요. 헌팅호프에서 지속적으로 만나고 싶은 여성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오가는 이른 새벽, 가게에서 나왔다. ‘짧은 만남’을 익숙한 놀이로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융화되기란 어려웠다. ‘왜 짧은 만남을 비판하는지 모르겠다’라 반문한 여성에게 기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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