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장단과 보과대 교수를 주축으로 한 ‘교육조직혁신특별위원회(특별위원회)’ 설치 이후 보건과학대 학과 통폐합 논의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 3차례 진행된 특별위원회 회의와 보과대 내 전체 교수회의 결과 학부제로의 변환은 확정됐지만 교수 간 이견은 여전한 실정이다. 또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충분히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특별위원회는 현재 △의료기사 교육의 지양, 연구 역량의 강화 △현재 학과 제도를 중대형 학부로 전환 등 두 가지 큰 틀에서 개편안을 제시했다. 명순구 교무처장은 “보과대 전체 교수회의 내용을 담은 회의록에 따르면 보과대 전체 교수 중 70% 이상이 회의에 참석했으며, 그 수를 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절대 다수가 학부제로의 변환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보과대 통폐합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교무부총장, 대학원장, 기획예산처장, 교무처장, 학생처장으로 이뤄진 당연직위원을 비롯해 여러 단과대 학장, 3명의 보과대 소속 교수로 된 위촉직위원을 포함해 총 13인으로 구성돼 있다. 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회의에서 보과대 관련 사안을 먼저 논의하고, 보과대 교수에게 회의 내용을 전달해 피드백을 받는 형태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보과대 학과 개편안에 찬성하는 교수는 공과대, 생명대가 운용하는 대규모 학부제 벤치마킹 모델로 삼고 있다. 찬성 측 교수는 현재 구분돼 있는 학과를 유사 전공 교수를 합쳐 중대형 학부로 만들자는 입장이다. 현재 보과대의 개별 학과는 4~6인의 교수로 구성된 소규모 학과제여서 과별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찬성 측 교수들은 기존 8개 학과를 △의료기기, 치료기술, 질병 진단의 공학 계열 △제약기술, 의약품기술, 식품 기술의 순수 과학 계열 △의료관리, 보건 관리의 인문사회 계열 학부 등 크게 세 개의 부문으로 재구성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1개의 공학부, 2개의 이학부 그리고 1개의 인문사회학과로 3학부 1학과 체제를 주장한다. 학부제로의 통합을 주장하는 A 교수는 “기존 전공만을 고집하지 말고 같은 분야의 교수들이 모여 미래지향적인 전공을 설치하고자 한다”며 “전문대에서 실시하는 직업전문교육이 차원이 아닌, 고려대의 위상에 맞게 취업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학과 구조개편으로 인해 기존 학생들이 받게 될 행정제도와 강의 수강의 불편은 전혀 없다고 찬성 측 교수들은 주장한다. 학부제 통합을 주장하는 B 교수는 “기존 학생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기존의 커리큘럼을 따르거나 새로운 학부제로의 편입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할 것”이라며 “개편 이후에도 수강신청 시 현재 강의목록에 있는 모든 교과목이 그대로 열리며, 수강생이 1명이 되더라도 강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학생이 의료기사 자격을 원하는 경우 기사 시험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과대 내 일부 교수는 의료기사 지양이라는 내용을 담은 개편안에 비관적이다. 학과제 유지를 주장하는 한 교수는 “보건학 만의 가치가 있는데 이를 공학이나 의학으로 연결시켜 진행하는 교육은 생명대, 공과대에도 이미 존재한다”며 “보건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사람중심의 과학을 가르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2006년 4년제 대학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이미 대부분의 교과목이 의료기사 중심이 아닌 연구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의료 분야는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기사라는 세 축으로 구성되는데, 본교가 이미 갖춘 의료기사 양성 분야를 없애는 것은 좋은 취업군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료기사를 계속 양성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한 교수는 “의료기사의 경우 여러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설립하고자 하나 보건복지부에서 인력 수급을 통제하고 있어 세우고 싶어도 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위에 있는 본교가 이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제로의 변환을 주장하는 A 교수는 “현재 커리큘럼 중 절반의 교과목이 기사양성을 위한 것이지만, 의료 기사로 진출할 수 있는 임상병리·방사선·물리치료·치기공학과의 경우 졸업 후 학생들이 기사로 진출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고 반박했다.

  반면 보과대 학생들은 학생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학교 당국이 결정한 학과통폐합 안에 반박하고 나섰다. 안암총학생회(회장=황순영)는 10일 오후 학생회관 앞에서 특별위원회가 추진하는 학과통폐합에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벌였다. 항의 집회에는 보과대 학생회장단과 일반 학생들이 참가했다. 윤석원 보과대 학생회장은 성명문 발표에서 “학교는 특별위원회에 학생대표 1인 이상의 참가를 허용해야 하며, 학교는 앞으로 진행될 개편에 학생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라”고 말했다. 또한 “단순히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학부개편을 찬성하는 A 교수는 “특별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과대 내부에서 회의할 때 학생들이 참여하면 얼마든지 의견을 들어줄 수 있다”며 “논의 방식을 우선시 하다간 정작 학과 개편안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조직혁신특별위원회 규정 10조는 교육조직 혁신에 따른 부수조치가 일반 학칙에 우선시 한다고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본 규정에 따르면 ‘교원의 소속 변경, 학생의 정원 조정 등 교육조직 혁신에 따른 부수조치는 <교원인사 규정>, <정원조정 규정> 등 일반 학교규칙에 우선해 해당 교육조직 혁신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명순구 교무처장은 “해당 조항은 조직 개편으로 인해 야기될 학생과 교수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항”이라며 “학교 구성원이 해당 조항의 의도를 오해할 소지가 있다면 개정 작업을 통해 본래 설치 의도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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