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5일, 화재사고로 병상에서 치료를 받아온 본교생 박 모양(여·22)이 40여 일만에 끝내 숨졌다. 10월 18일 종암동 A원룸텔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 당시의 경과와 남겨진 문제를 살펴보았다. 

 증언된 화재현장

▲ 307호(빨간색 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현관문을 열어 놓고 대피한 피의자 심 모군으로 인해 복도로 번져 304호(하얀색 원)에 거주했던 박 모양의 탈출이 불가능 했다.
 거주자들은 당시 상황을 ‘아비규환’이었다고 진술했다. 206호에 거주했던 문재혁(정경대 경제07) 씨는 “밖으로 대피해 보니 거센 불길이 307호에서 검은연기와 함께 치솟고 있었다”며 “308호 거주자가 창틀에 간신히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는 등 상당히 위급했다”고 전했다. 
 발화지점인 307호는 본교생 심모 군(남·22)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경찰은 당시 심 모군이 피워 놓은 모기향이 화재의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화재감식팀 최승복 조사관은 “심모 군의 진술과 현장감식결과를 토대로 종합해 봤을 때 현재까지는 모기향이 원인으로 추측된다”며 “모기향이 주변의 가연성 물질에 옮겨 붙어 불이 급속도로 번진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이후 심 모군이 현관문을 열어 놓은 채 밖으로 대피하여 피해는 더 커졌다. 현관문을 통해 불은 3층 복도 전체로 번졌다. 최승복 조사관은 “화염이 복도로 번져 3층 전체가 유독가스와 연기로 가득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복도로 번진 불의 열기로 307호 양 옆에 위치한 306호와 308호의 현관문 문고리는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렸다. 306호 거주자인 이희영(가명·정경대 경제10)씨는 “문이 굉장히 뜨거웠고 문고리를 잡아 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며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화장실에 들어가 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 화재 당일 오후에 비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화기, 그을리고 탄 흔적이 있는 주변환경에 비해 상태가 비교적 깨끗하다.

  사망한 304호의 박 모양은 당시 현관문을 열었다가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했던 성북소방서 정찬광 대장은 “대원들의 말에 따르면 당시 304호의 문이 열려있었다”며 “복도에 번진 불로 인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10분 만에 화재가 진압된 반면 박 모양은 20분 만에 발견된 것에 대해 정찬광 대장은 “대원들이 3층에 진입해 화재를 진압하는 동시에 인명구조를 진행했다”며 “모든 방문을 강제로 열어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며 구조를 진행하다보니 복도 끝에 있는 304호의 확인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화재 당일 3층에는 피의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거주자가 3명(△302호 △306호 △308호) 있었으며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작동하지 않은 경보기 
 사건 당시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6호 거주자 문재혁 씨는 “사람들의 소리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됐다”며 “경보기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치 된 경보기는 수동식 화재경보기로 중앙의 버튼을 누르면 경보가 울린다. 성북소방서 관계자는 “출동 당시 경보기가 완전히 고장 난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A원룸텔 주인 최모 씨는 “경보기가 고장이 난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장소인 A원룸텔은 신축 당시에는 갖춰야할 소방시설을 모두 구비했다고 성북소방서 측은 밝혔다. 성북소방서 예방과 검사지도팀 함창진 주임은 “A원룸텔 신축 당시 바닥 면적이 400~600㎡이내의 건물에 필요한 소방시설을 모두 갖춘 상태였다”고 말했다.

 도의적인 책임 저버린 피의자
 피의자 측이 도의적인 책임조차 회피하려고만 하는 상황이다. 피해자 박모 양의 아버지는 “딸이 안암병원에 40일 동안 입원해 있었지만 피의자의 부모가 한번 찾아온 것 외에 피의자 학생이 직접 찾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보상도 피의자 측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피해자 측의 병원비가 1000만 원을 훨씬 넘었지만 피의자 측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피의자 심모 군의 아버지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불능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경제 상황이 상당히 어려운 상태다”라며 “재판 이후 판결에 따라 최대한 보상 가능한 범위까지는 보상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의자 심모 군은 14일에 구속돼 서울구치소로 수감 됐으며 사건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됐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