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자주 이용하는 지훈(가명, 경영대 경영 12) 씨는 12월 말부터 페이스북에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그는 “민영화에 관련해 친구들, 친구들의 친구들이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른 뉴스피드가 계속 게시돼 민영화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동안 ‘민영화’에 관련된 논쟁이 SNS상을 멤돌았다. SNS는 이미 우리사회 공론장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토론게시판 ‘아고라’가 2008년 촛불시위의 시발점이 된 것처럼 현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SNS가 그 역할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의료정책에 대한 이번 논란은 ‘민영화’에만 초점이 맞춰진 채 진영논리의 틀에 갇혀있다. 

 

▲ 최다희 전문기자
 SNS상의 의료민영화
 현재 SNS상에서는 의료 민영화 문제에 대한 각종 해설이 덧붙어 있다. 미국과 인도, 한국의 건강보험공단수가를 비교한 표가 리트윗과 공유된다. △의료비용 △영리병원의 등장 등시나리오는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열악한 의료현장을 그린 독립영화 <하얀정글>과 드라마 <골든타임>등의 내용이 회자되며 우려의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 방상혁 의협 비대위 간사는 명확한 사실에 대한 이해를 촉구했다. 방 간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부문은 이미 민영화 돼있다”며 “논란에 앞서 의료민영화와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의료기관은 6만 4000여 개 이다. 이중 민간 의료기관이 6만 300여 개로 약 94%를 차지해 이미 의료부문은 민영화 돼있다. 즉, SNS상에서 나왔던 ‘국민보험의 민영화’가 실시됐을 때를 가정한 것으로 현재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논란과 억측이 성행하는 것 자체는 역사적으로 반복돼온 현상이지만 이는 결국 ‘정상적인’ 공론장의 부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장우영(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민영화 논란에 대해 “정부의 정책결정 독점과 민주적 공론장의 쇠퇴가 빚은 참극”이라며 “정부가 사회적 논의를 개방하고 민주적으로 정치과정을 운영한다면,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허황된 논의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권력집단이 반대 층의 여론을 자의적으로 ‘귀족노조’ 혹은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는 세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장 교수는 “통합적인 시각에서 정책결정과정을 개방하고 반대세력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영화’에 대한 논란의 원인은
 의료 민영화 문제에 대한 논란과 억측은 언론매체와 SNS 상에서도 뜨겁다. 이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정부도 의료민영화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라는 글로 민영화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정부마저 스스로는 ‘민영화’에 대해 반대하는 지금, 민영화 논란은 왜 거세진 것일까. 전문가는 이번 의료 ‘민영화’논란이 정부와 의사협회에서 정의내리는 ‘민영화’의 개념이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이상이(제주대 의예과) 교수는 “정부가 감당해야할 공적 영역에서 책임과 역할을 줄이는 것 자체를 민영화라고 일컬어야 한다”며 “정부에서 반대하는 민영화는 가장 극단적인 결과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영리 민간병원이 공공성을 갖도록 도와줘야 하는 정부가 역으로 자법인을 만들어 부대사업을 허용하게 되면 민간으로 정부의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민영화의 본래 의미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소유하거나 직접 해야 할 일을 민간으로 넘기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의 94%를 민간이 소유하면서 공적 건강보험만을 정부가 강제하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우영 교수는 정부와 비판 층이 다르게 이해하는 상황에 동의하며 “민영화하지 않겠다는데 왜 의심하고 선동하냐는 식의 논리는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표명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민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개념의 부재도 지적됐다. 김문조 교수는 “‘민영화’라는 세 글자에 압축된 호소력은 어마어마하다”며 “정부의 주장대로 민영화가 아니라면 다른 개념을 제시해야 민영화에 대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오해와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사회에서 이견에 대한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한 현상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이번 논란의 경우 의견수렴과정에서 정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윤태(인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정부의 숙의 민주주의적 태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투표도에서 나타나는 선호도의 총합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며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이런 혼란을 빚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권력의지의 자정’과 ‘개방적인 정책결정과정’ 그리고 ‘민주적 공론장의 발전’이 사회적 혼란을 치유하는 본질적인 처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측은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식 이메일을 통해 답변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의 홍보부족으로 인해 괴담이 퍼지는 부분도 있지만,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주장하는 행위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도 인지하고 여러 인터뷰나 토론회를 통해서 국민을 설득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가 불리한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 최다희 전문기자
 SNS의 90:9:1의 법칙
 그렇다면 SNS 상의 의견이 여론일까. 김윤태 교수는 SNS가 지니는 과대대표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SNS가 전체 국민의 여론을 대표하는 것이라 여기면 안된다”며 “소수의 사람만이 인터넷과 SNS등을 통해 의견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정한 소수만이 그 글을 나른다고 설명하며 ‘90:9:1 법칙’을 소개했다. 90:9:1의 법칙은 '인터넷 이용자의 90%는 관망하며, 9%는 재전송이나 댓글로 확산에 기여하고, 1%만이 콘텐츠를 창출한다'는 사회학적 법칙이다. 온라인 상에서 영향력 있는 소수의 의견이나 자료만 일방적으로 흐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덴마크의 인터넷 전문가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은 이 법칙을 들어 인터넷과 SNS를 통해 대부분의 이용자가 게시된 정보에 대한 비판이나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관망만하는 참여 불균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김문조(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SNS 이용에 있어서 다중(multitude)적인 자세로 정보를 대한다”며 “SNS상에 난무하는 자극적, 선동적, 단편적인 게시물에 의해 이런 다중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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