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멕시코에 온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내기’이다. 아직 언어도 제대로 숙달하지 못했고, 현지인들과 대화하기에 부족한 점도 많다. 그러나 4개월이라는 시간은 내가 멕시코에 흠뻑 빠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새로운 인연과 환경을 접하며 나는 새로운 느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고, 생각의 지평 또한 넓히고 있다. 한 마디로 이곳은 나에게 또 다른 ‘자유’를 선사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서어서문학과에 진입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수하기로 결정했을 때, 나의 선택지는 오로지 멕시코뿐이었다. 전공 수업인 ‘중남미 문화사’ 시간에 과거 멕시코 지역의 아스떼까 문명의 흔적들을 접하게 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현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지만, 들을수록 신비하고 경이로움이 느껴지던 아스떼까 문명의 문화들, 그리고 스페인에서 건너온 정복자 에르난 꼬르떼스(Hernan Cortés)로부터 시작되어 얽히고 설킨 비극적인 정복의 역사.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멕시코에 대한 흥미와 역사적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 때부터 중남미의 문화와 역사가 거의 ‘맹목적으로’ 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저 없이 멕시코로 교환학생을 지원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내가 꼴리마에 도착한 것은 올해 1월이었다. 꼴리마는 멕시코 서부에 위치한 조그만 주다.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80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꼴리마는 태평양 인근에 위치한 주라 날씨가 습하고 무척 덥다. 당시 한국은 극한의 겨울이었지만 반대로 이곳은 정말 따뜻했다. 해발 2500m에 위치한 수도 멕시코시티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비교해도 매우 온화한 기후이다. 온화한 기후와 어울리게 이곳의 분위기 또한 매우 평온하다. 꼴리마 사람들에게서는 온화함와 여유로움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다. 멕시코시티에 갔을 때, 시간에 채여 다급한 마음에 수없이 자동차 경적을 울려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와 비교했을 때, 이 곳 사람들은 자동차 경적을 잘 울리지 않는다. 내가 들었던 경적들 중 다수는 택시 기사들의 ‘혹시 택시 탈 생각 없습니까?’, 혹은 신비로운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꼴리마 주에는 아시아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지 않다. 한국 교환학생들이 아시아인 비율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의미였다. 그만큼 꼴리마 사람들은 여유를 만끽하며 살고 있다. 한국에서 종종 뉴스에 보도되는 ‘범죄의 천국’, ‘사건·사고에 언제나 시끌벅적한’ 멕시코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내가 다니는 꼴리마 대학교(Universidad de Colima)는 꼴리마 주의 국립대학이다. 꼴리마 주의 여러 도시에 캠퍼스가 설치되어 있다. 나는 Campus Central(중앙 캠퍼스)에서 Literatura hispanoameria (중남미 문학)과 Lingüistica española (스페인어학)을 공부하고 있다. 꼴리마 대학은 기숙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교환학생을 위해 홈스테이와 자취방을 알선해 준다. 나는 현지인 가족들과 생활하고 싶은 마음에 홈스테이를 신청했다. 물론 전에 살던 학생들을 통해서 ‘인수인계’도 가능하다. 꼴리마의 물가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싼 편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정말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 수업 방식은 한국의 대학교와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스스로 시간표를 만들어 수강했다면, 이곳에서는 학기 별로 정해진 수강과목이 있다. 그 수업들을 같은 학기에 속한 학우들과 같은 강의실에서 쭉 함께 듣는 방식으로 학기가 진행된다. 자연스럽게 학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노력 여하에 따라 정말 많은 교류를 할 수 있게 된다.

 꼴리마는 멕시코의 여러 주들 중에서 규모가 작은 주에 속한다. 그리고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 (버스로 10시간 소요)이기 때문에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꼴리마에 생활하면서 나의 생활은 정말 단조로워졌다. 도시가 넓지 않고 시골 같은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 5층 이상의 고층 건물을 본 적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조로워진 생활 속에서도 나의 인간관계는 충분히 돈독하다고 자평한다. 여기서 수많은 친구들을 사귀진 못했지만, 얼마 안 되는 그들과 꾸준한 교류를 하고 있다. 집으로 초대받아 같이 음식도 만들어 먹고, 주말마다 물놀이도 함께 하며, 교외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한다. 말도 잘 안 통하고 번거로울 법도 한데, 생각날 때마다 나를 찾고 연락해주는 그들이 정말 고마울 때가 많다. 그래서 그 때마다 나도 언젠가 그들의 호의에 보답할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껏 꼴리마에 대해 좋은 면만 언급하다 보니, 멕시코를 맹목적으로 추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물론 이 곳에서도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거대 마약조직과 정부 사이에 끝나지 않는 다툼, 자치주의 무정부 상태, 부정부패, 빈부격차의 심화 그리고 미국으로의 경제 종속화 등 꼴리마를 비롯해 멕시코 전역에 사회 현안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한국과 비교해 확실히 더 위험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는 ‘이방인’이자, ‘혈혈단신 유학생’으로서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망각했을 때가 아닐까. 만나는 인연들에게 도덕적이고 포용적인 모습을 보이며, 보다 친화적으로 다가가되,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면 멕시코는, 그리고 당신이 서 있는 ‘그 곳 어딘가’는 ‘자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멕시코 꼴리마 주는 진정 ‘자유’를 만끽하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성경문 (문과대 서어서문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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