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뜨거운 관심 속에 고연전이 치러졌고 많은 학생들은 경기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다.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응원은 고연전에 직접 뛰어들게 하는 매개가 된다. 하지만 응원이 모든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춰지지는 않는다. 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을 통해 본교 응원 문화를 들여다본다.

응원 문화에 대한 찬반 논란은 예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본교 내 뿐만 아니라 외부인의 시각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대 정보포탈 커뮤니티(http://www.snulife.com)의 게시판에는‘새내기’라는 이름으로 본교의 문화에 대한 소감을 적은 글이 올랐다. 그는 입실렌티에서 경험한 응원에 대해“같은 학교 학생이 모여 하나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며 소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남성적·집단적 문화로 압축되는 응원의 한계는 타대학 학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윤영숙(이화여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씨는“응원곡과 율동, 응원 뒷풀이인‘기차놀이’등 응원 전반에서 느껴지는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서 거부감을 느꼈다”고 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활동을 시작한‘안티 고연전 모임’은 본교생 스스로의 비판과 새로운 문화 형성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안티 고연전 모임이 한 일간지에 보도된 것은 두 학교간에 이뤄지는 행사가 사회 전반으로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논란은 매년 고연전 때마다 계속되고 있지만 응원에 직접 참여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응원의 단점들을‘필요악’이라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응원 자체를 폐지하기에는 응원은 너무나‘신나고 즐겁다’는 것이다. 또 응원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들도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상황이다. 정성훈(문과대 중문02) 씨는“친구들과 터놓고 어울리기 힘든 대학 생활에서, 응원은 가까워 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또한 일상을 벗어나 건전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다는 점도 응원을 즐기는 이들은 덧붙였다. 조현아(경영대 경영03) 씨는“응원이 본교에 소속되지 못한 이들에게 배타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것을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결속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한다.

한편, 이러한 응원 문화는 비록 그 비판적 견해가 있지만,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하나의 문화적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용(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NBA의 최강자 중 하나인 미국 듀크대학을 예로 든다.“아이비 리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듀크 대학만의 열정의 문화는 하나의 전통이 되고 있다”며 본교 응원 문화가 고시와 취업 준비로 건조해진 대학문화에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지난해 길거리 응원과도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지난 2002년 6월, 전 국민은 하나가 되어‘대한민국’을 외쳤다. 첫 경기가 열릴 때만 해도 천명 단위였던 길거리 응원단은 월드컵이 진행될수록 50만 명, 350만 명, 5백만 명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급기야 7백만 명의 국민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던 월드컵 응원 문화는 새로운 문화코드의 창출로 평가됐다.

월드컵 응원 문화가 잠재되어 있던 공동체 의식의 발로라는 점은 본교 응원 문화와 공통점이다. 월드컵 응원에 참여했던 폭넓은 세대의 국민들은 똑같은 경험의 공유를 통해‘소속감’의 소중함을 경험했다. 특히 전쟁이나 이산가족의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응원 참여는 민족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는 뜻깊은 계기였다. 본교 모 심리학 강사는“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속감의 욕구”로 이러한 응원 문화를 해석한다. 응원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집단 응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이 지적하는 응원문화에서의‘집단 카타르시스’ 효과도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치유와 회복, 또 다른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서 응원문화는 무의식에 내재된 잠재적 욕구를 표출시킨다. 즉, 노래를 부르고 흥분하며 고함을 지르는 등 사회적으로 용납된 일련의 행동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공격성을 적절히 표출, 각종 스트레스들을 발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집단 치료’의 효과는 월드컵과 고연전 응원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체험 가능 한 것이다.

또한 놀이문화의 부족이 대학 내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생각할 때, 응원문화의 흡입력은 이해될 수 있다. 응원은 타인과의 소통과 교류를 가능하게 하면서 건전한 놀이문화의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가‘술자리’의 다음 단계가 아니라 건전한 문화적 자산으로 응원을 돌이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의 모든 현상에서도 마찬가지이듯 응원문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하다.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면서 문화의 주체로서 응원을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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