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nca se puede vivir major que en España”
  8월 29일 저녁, 가족들과 공항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마드리드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로써 나는 기대감과 두려움을 안고 마드리드에서의 홀로서기에 첫걸음을 나섰다.

  내가 7개월 간 머물 곳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이다. 나는 그곳에 위치한 ‘Universidad Complutense Madrid’ 로 한 학기 교환학생을 왔다. 비행기 내에서 내려다 본 마드리드의 첫 모습은 건조했다. 푸른색이기 보다는 황토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역시나 스페인 내를 돌아다니면서 푸르고 울창한 숲을 보기는 어려웠다.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Antonio Machado)가 자신의 시에서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을 회색 언덕(grisesalcores), 거친 자갈밭(ariscos pedregales), 헐벗은 산맥(calvas sierra)등의 시어로 표현한 것에 공감이 갔다. 그러나 반대로 스페인의 하늘은 너무나도 푸르고 맑다. 언제나 구름들이 뭉게뭉게 져있으며 조금만 고지대로 올라가도 구름들이 마치 바로 위에 있는 것처럼 낮게 떠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강렬한 태양으로 인한 열기가 있다. 이런 자연환경에 스페인 사람들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건조한 땅과 푸르른 하늘 사이에 다양한 사람들이 다채롭게 살아가면서 균형을 맞추어주고, 그 속에서 그들의 여유로운 삶이 빛난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온 학교 ‘Universidad Complutense Madrid’는 스페인 국립대학으로, 13세기
에 세워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스페인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이기도 하며 현재 7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 가면 정말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유럽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을지언정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다들 우리와 같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국가 상황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기도 했고 친구관계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도 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자랐지만 같은 대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교수님과 학생 간의 소통이 활발하다. 학생들은 의문점이나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교수님에게 전달한다.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인식하거나, 수동적으로 교수님의 강의에만 집중하는 대다수의 우리나라 학생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또한 이 학교 수업시간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학생들이 있다. 그 학생들은 다름아닌 40,50대 어른이거나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그 분들 또한 이 학교의 정식 학생이고 누구보다도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신다. 늦은 나이에 ‘배움’ 이라는 한 가지 순수한 목표만을 가지고 20대 젊은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이 대단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닌 오늘을 위해 오늘을 산다는 점에서 스페인스럽다고도 느껴졌다. 또한 이것이 대학 내 정책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에, 정말 학문을 배우기 위한 대학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Nunca se puede vivir major que en España”, 스페인에서 사는 것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라는 뜻이다. 스페인에서 속담처럼 쓰이는 말이라고 스페인 친구가 해준 말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하루살이 같다. 짧게 하루 동안만 살다가 죽고 소멸해버린다는 의미에서의 하루살이가 아니다.그들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즐긴다. 일을 마치고 난 후에도 노곤해하지 않고 가족이든 친구들이든 자신의 애완견이든 누군가와 함께 삶의 즐거움을 찾고는 하루를 마친다. 그래서 스페인은 여느 유럽나라보다 밤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거의 매일 밤 Fiesta(파티)가 있으며 금요일. 토요일 밤에 fiesta는 특별하다. 스페인에서는 거리에서 술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파티는 주로 집에서 이루어지는데, 집에서 술을 마신 후 Discoteca(클럽)에 가는 것이 순서이다. 밤새 술 마시고 새벽에 클럽에 가서 아침까지 노는 스페인 사람들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독일, 아일랜드 친구들도 스페인 사람들이 노는 것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지치지 않고 놀지’ 라며 이해할 수 없어하는 것으로 보아 유럽 내에서도 스페인은 노는 것에 있어서 독보적이다. 평소에는 저녁 7시만 되면 솔 광장에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가끔 솔 광장에서 길거리 공연이 있을 때면 사람들은 가만이 있지 않는다.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지나다니는 행인도, 관람객도 아닌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의 에너지,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거리에 카페가 줄지어 있지만 이곳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거리에는 온통 노천 바(bar)이다. 음료처럼 여기에서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든 술을 함께 마신다. 그래서인지 나 또한 낮에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 맥주를 마시곤 한다. 소위 말하는 ‘낮술’이 습관화가 됐다. 학교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다. 학교 식당에서도 맥주를 팔고 복도에서 학생들은 맥주병을 들고 다닌다. 삶을 즐기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다. .

  이런 스페인 사람들의 삶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흥에 살고 흥에 죽는다. 덥다고 Siesta(낮잠)를 즐기고 가게 문을 닫고, 은행은 2시면 문을 닫는 등 일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리 열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타국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들의 이런 삶은 게으르게 비추어지고 그들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수다스럽고 목소리까지 큰 스페인 사람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그들의 흥은 가끔씩 예의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것이 그들의 삶이고 문화인 것을. 내가 스페인에 있는 한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 또한 내가 교환학생을 온 이유이니까!

박서이(문과대 서문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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