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불지옥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인터넷상에서 취업난과 무한경쟁 속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겠는가. 이에 정부와 정당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연신 호들갑이다.

지난 8월 12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회는 ‘청년 구직자와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 유재섭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의 말에 청년들은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취업하려면 전공 국가 자격증 하나 정도는 있어야 돼. 아니면 영어나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 하나 정도는 자연스럽게 하던가. 국내 취업이 안 되면 중소기업에 가든가 해외에 취업하는 길도 있는데. 서로 양보해야지.”

마치 반찬 투정하는 아이 달래는 것 같다. 노동시장을 선진화하겠다는 이들도 스펙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학점, 대외활동, 봉사활동, 어학 점수 챙기기도 모자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력을 바치면서까지 인턴 한 번 해보려 허덕이고 있다. 이렇게 스펙을 쌓아놨더니 이젠 눈을 낮춰 중소기업으로 가란다. 그것도 싫으면 해외로 떠나라니.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가라던 청와대의 그분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이미 과열될대로 과열된 스펙 경쟁시대에 청년들을 또 한 번 좌절케 하는 새로운 스펙이 대두했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다. 지난 8월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의 딸이 대기업 취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의원은 기업 대표에게 전화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아들 역시 정부법무공단 취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당의 국회의원도 제 자식 밥그릇 챙겨주기가 우선인가 보다.

서양의 속담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들에게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라고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은수저’를 넘어 ‘금수저’가 그 무엇보다 강력한 스펙인 듯하다. 소위 ‘잘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번쩍이는 금빛 수저를 밥상에 들이댄다. 금수저들이 밥그릇을 들고 놓지 않으려 한다. 놋쇠 수저로 열심히 밥을 푸던 이들은 기에 밀리고 힘에 눌려 애꿎은 ‘수저’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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