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수업으로 학생의 기대에 못 따라가
형식적인 수업으로 학생의 기대에 못 따라가
  • 심정윤 기자
  • 승인 2015.11.0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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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성교육의 현황

성에 대한 개방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청소년이 성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연령도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중, 고등학교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성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5년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성교육 표준안>을 제시하며 학교 성교육 내용과 운영에 있어 체계적인 지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성교육의 실효성과 성차별적 내용이 서술되었다는 외부의 비판을 받으며 세간의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3년 학교 성교육 시간이 기존 10시간에서 연간 15시간으로 확대되면서 성교육에 대한 관심과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증대를 기대했으나, 아직도 성교육은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많다. 학교 성교육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제대로 된 성교육이 진행되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는지 알아봤다.

▲ 사진|서동재 기자 awe@

체계적이고 통합된 성교육 어려워

현재 교육부의 성교육지침은 학급당 성교육을 연간 15시간 이상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이때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 예방교육은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성교육을 진행할 보건교사의 가중된 업무와 시수확보의 어려움으로 대개 개별 교과 교사와 함께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실 운영과 많은 학급의 성교육을 학교 보건교사 혼자 모두 맡아서 진행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성교육 운영 모형은 표준형(교과통합형), 전담형, 초빙형, 융합형(혼합형)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학교는 여건과 실태를 반영해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세종 여자고등학교 주재경 보건교사는 실제로 지금 성교육 체제에서 체계적이고 통합된 성교육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주 씨는 “관련 교과 담당 교사와 보건 교사가 함께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관련 교과에서 성교육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알기 어렵다”며 “성교육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워 성교육의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직 보건교사들은 기간제 교사를 충원해 지속적인 성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전국 시·도교육청 발표한 2014년 전국 시도별 보건교사 배치현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전체 학교 수 대비 보건교사 배치율(기간제, 강사제외)이 66%이며, 시·도별 편차가 심해 서울은 93%였으나 세종시의 경우 33%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교사뿐 아니라 기간제 교사의 추가 배치 문제는 매 년 예산 확보의 어려움에 부딪힌다. 서울 숭곡중학교 전송희 보건교사는 기간제 교사를 충원해 성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닌 이상적인 방향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 교사는 “진정한 보건과목으로서 보건교육이 진행되려면 기간제 교사가 충원되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보건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인정받기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사의 역량에 따라 편차 커

교육부에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바탕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일종의 성교육 지침을 제시했지만, 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또한 여전히 학교 성교육이 체계적으로 잡혀있지 않아 교사의 역량에 따라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에 따른 성교육 자료는 학생건강정보센터 학교성교육자료실 사이트에 접속해 내려받을 수 있는데, 차시별로 교사용 지도안과 학생용 워크북으로 나누어져있다. 학생 발달단계 수준에 따라 커리큘럼도 세분돼있어 지도교사는 편리하게 교육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교육부 표준안은 교육과정 전공 교수와 실제 학교에서 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시민단체, 공청회 등에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선정하게 된다. 교육 내용에 대해 학생들을 상대로 별도의 조사를 하진 않고, 성교육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학생들의 발달단계 평균에 맞춰서 제정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이 학생들의 성에 대한 인식조사와 세대 변화에 따른 성 지식 노출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박옥남 연구사는 성교육 표준안은 시대의 흐름이 변한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학생 발달단계에 맞게 다양한 관련 교과에 녹여서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고 말했다. 박옥남 연구사는 “아이들이 수학을 잘하게 되었다고 해서 바로 교과서에 높은 수준의 내용을 반영하진 않는 것처럼 성교육도 그렇다”며 “요즘 세대가 성 관련 콘텐츠에 많이 노출됐다고 해서 바로 교육에 반영하는 게 아니라, 평균 발달수준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다른 의견이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서우(여·19) 씨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성교육의 내용이 학생들의 관심과는 동떨어져 있고 수업도 일방향적이라 수업참여가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몇 년째 우려먹는 영상이나 사진으로 교육하니 지겹고 흥미가 떨어진다”며 “‘차라리 자습이나 주지 뭣 하러 저런 걸 하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효진(여·17) 씨는 이론에 그치는 수업이 아닌 직접 현실에 와 닿을 수 있었던 성교육을 배웠던 게 좋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수업에서 보건 선생님이 성기 모형에 콘돔을 씌우는 것을 알려주셨다”며 “학교에서 수업을 통해 실제적인 피임법을 알려준 게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숭곡중학교 전송희 보건교사는 가르치는 교사의 역량에 따라 성교육 분위기가 많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씨는 “같은 지도안을 갖고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성교육의 경우 특히 교사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 지에 따라 아이들이 다르게 반응한다”며 “이에 따라 아이들에게 기다려지는 수업이 되기도 하고 당연한 얘기나 하는 수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성교육의 중요성 인식해야

학교에서의 성교육과 학생들의 성 의식 차이의 틈이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이러한 시행착오를 합리적으로 거쳐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표준안 집필에 참여한 안천중학교 주진희 보건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음란물에 많이 노출된 상태에서 수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기대가 달라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주 씨는 “성교육을 하면서 성에 대한 개방적인 인식이 높아지는 등의 사회적인 현상을 아예 반영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 전에 해당 성교육 주제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우선 돼야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진행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성교육 자체의 중요성을 사회구성원이 모두 진지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본교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상담사는 성교육을 주변적이고 부차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노 상담사는 “시수 때우기 식의 교육이 돼 선 안 된다”며 “성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기본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성폭력 예방 교육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교육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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