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대 제58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한 김보미 씨가 서울대 공동 정책간담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다. 김 씨는 ‘다양성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이라는 슬로건으로 선거에 출마해 “모든 서울대 학생들이 본인이 속한 공간과 공동체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얼굴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서울대의 학내구성원뿐 아니라 학생사회 밖에서도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다만 몇몇 사람들은 우려를 넘어 비난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당장 총학생회장 후보라는 공적인 위치에서 개인의 성적지향 문제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에 외부언론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의 커밍아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고, 여론은 이 화젯거리에 편승해 성 소수자가 최초로 학생회장이 될 것인가에만 관심을 집중했다.

사실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김 씨의 커밍아웃이 선거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보단, 우선 서울대에 정식 총학생회가 수립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든다. 50%의 개표율을 넘긴 후 그 중 찬성표를 50% 이상 획득해야 당선되는 선거에서 저조한 투표율로 매번 연장투표가 진행됐고, 2012년엔 연장투표 가능 최저투표율인 32%도 채 넘지 못해 선거가 끝나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주로 학내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학생선거의 위기는 서울대뿐 아니라 본교를 포함한 많은 대학이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선관위와 출마 선본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투표율을 높이려 애쓰더라도, 학생들의 참여의식 부족과 무관심은 학생회가 정식으로 수립되지 못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근근이 연명하는 상황만을 연장하는 중이다.

서울대의 이번 총학선거는 후보자의 커밍아웃이 크게 화제 돼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힌 것 이상은 아니다. 커밍아웃한 총학생회장 후보의 선거 당락이 아닌 학생사회 재건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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