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가를 둘러보면 종이소설책으로 변신한 인터넷 소설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대형 서점들은 인터넷 소설 코너를 따로 마련할 정도이다. 그 중에는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돼 이미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작품도 눈에 띈다. 인터넷 소설이‘흥행 보증 수표’로 인정받으면서 영화제작에 돌입했거나 준비중인 작품도 상당수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터넷 소설은 시작 초기에‘판타지 소설’과 특정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팬 픽션’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는 허구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로맨스 소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네티즌들이 정의하는 인터넷 소설은 다음의 특성을 지닌다. 통신어체, 말 줄임표와 이모티콘이 사용되고, 배경음악과 배경화면이 깔리며 하이퍼링크가 걸려있는 점이 그것이다. 독자는 스크롤바를 내려가며 작품을 읽고 경우에 따라선 여러 작가가 이어받아 쓰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넷 소설이 종이 옷을 입고 오프라인 가도를 달린 것은 지난 2001년부터다. 2001년 10월에 연애소설창작실(cafe.daum.net /noveloflove 이하 연소창)에서 쓰여진 <연애소설 창작집 첫번째>가 나온 이후 최근 3년 동안 인기를 끈 인터넷 소설 대부분이 출간되고 있다.

연소창 운영자인 이승철(남·30) 씨는“조회수가 약간만 높아져도 바로 출판사와 계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심지어 작품을 읽지도 않은 채 계약부터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인다. 그 결과 하루 한두개꼴로 작품이‘쏟아져 나오는’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출판된 작품들의 길은 그리 순탄하지 못하다. 몇 편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판매량 부진으로‘고개 숙인’상태. 영풍·교보문고의 소설 부문 관계자들은 지난8월 중순부터 전체적인 판매량도 급격히 저하됐다고 전한다. 교보문고 관계자 안희진 씨는“비교적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귀여니’의 <늑대의 유혹>과 <그 놈은 멋있었다>, ‘은반지’의 <테디보이>를 제외하면 전반적 판매량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인터넷 소설이 오프라인에서 부진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하게 지적되는 것이‘작품의 질’이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작품들이 나름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흥미위주의 뻔한 스토리 전개를 보이기 때문. 10대 독자 위주이기 때문에 순정 만화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도서출판 황매의 한복전 편집장은“귀여니 소설의 흡입력은 구성과 스토리 라인 등의 질이 높았던 점에 있다고 본다”며 판매에 있어 내용이 중요함을 시사했다. 한편, 이모티콘 남발과 외계어·은어 사용 등이 문학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문학이 아니라 단순히 게시판 글 쓰기, 혹은 그림책일 뿐이라며 단정짓기도 한다.

결국, 10대 위주의 인터넷 소설 역시 오프라인으로 출간되자 대중들에 의해 냉정한 평가를 받게되는 것이다. 이는  카툰 에세이도 마찬가지다. 최근 감성적인 에세이와 만화를 결합한 카툰에세이가 좋은 반응을 얻자 비슷한 만화들이나 아류작들이 30여편 가량 쏟아졌다.

하지만 청하출판사 관계자는“인기가 있는 것은 4∼5작품에 그친다”며 소설 시장과 비슷한 상황임을 설명했다. 이 중 심승현 씨의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65만 부의 판매를 기록하며 9개월 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이다. 홍익출판사 이미숙 실장은“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내용이 오랜 여운을 남긴 것 같다”며 작품의 인기를 분석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인터넷 소설의 부진 현상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볍다고 무조건 폄하하기에 인터넷 소설만이 보여주는 감각과 문체 등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매체를 이용한 문학이 등장하는 현상은 당연하며 이를 기성세대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인환(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본격문학과 구분되는 대중문학으로서의 의미를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은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으므로 각각의 영역에서 밀도 있게 변화하는 양상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와 사회> 최은정 편집부장은‘인터넷을 통한 신인 작가의 발굴’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신인작가가 등단하기 위해서는 신춘문예 등의 높은 벽을 넘어야 하는 기존 문단체계에 비해 인터넷은 작가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는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앞으로 인터넷 문학이 우리 문학계를 풍성하게 할 것이라고 본다”며 전망했다.

이에 출판계 내부에서는 오프라인 출간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 작품 특유의 느낌을 살리려 애를 쓰면서 이모티콘이나 부적절한 문장들은 자제하는 중이다. 늘푸른소나무 관계자는“인터넷 작가 역시 충고를 귀담아 들으며 정식 소설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을 미뤄볼 때 오프라인 출판이 인터넷 소설 시장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 독자층이 중고생이며 작품의 전체적인 비교가 불가능했던 인터넷과 달리 오프라인 발간은 작품의 질을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터넷 소설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소창 운영자 이승철 씨는“이 거품이 정리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시장조정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인터넷 소설은 새로운 장르로서 완전한 자리 매김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독자들의 수준 높은 의식과 비판 역시 빠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