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1학기 개강이 겨울방학을 밀어내고 찾아왔다. 비어있던 게시판은 며칠 만에 각종 홍보 팜플렛으로 가득 찼고 중광잔디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로 알록달록 물들었다.

따뜻한 봄바람에 이끌려 중광잔디를 찾았다. 고학년에 접어든 친구는 “엊그제까지 새내기였는데! 벌써 사망년이라니”라며 장난 섞인 절규를 내질렀다. 그런 친구를 보며 잠시 옛 추억에 잠겼다. 여긴 어디고 강의실은 어디인가, 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는 건가, 사소한 것에 설레고 기뻐하던 나였다. “선배님, 선배님”하던 그 똥강아지는 어느새 선배란 말을 듣게 됐고, 두리번거리는 새내기들의 인간 네비게이션이 됐다. 항상 곁에 있던 동기들은 군대와 교환학생 등으로 하나 둘 떠났고, 든든했던 선배들은 졸업과 인턴으로 더 이상 학교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최근 있었던 졸업식과 입학식에 참석하며 왠지 모를 감정이 가슴 속에 퍼졌다. 본관 앞과 중앙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했고, 이제는 새로운 친구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우리는 함께 추억을 쌓아온 사람들을 보내기도 하고, 또 새로운 사람을 품기도 했다. 살면서 특히 대학에 와서 참 많은 사람과 만났다. 그 두려움과 새로움 속에서 더욱 발전된 관계를 맺기도 하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는 꽃이 피고 지는 과정과 같다고 한다. 꽃이 피고 지는 순간은 그 누구도 잘 알지 못하기에 예상치 못한 날 인연이 찾아오기도, 악연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관계를 마무리 지을 때면 ‘좀 더 잘할 걸, 그 때 그러지 말걸’하며 후회를 내뱉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관계를 맺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슴 따뜻하고 진실된 모습보단 부족한 면을 보며 실망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에도, 다시금 찾아올 만남에도 그 자리에 아름다움이 가득하도록 매사에 소중한 추억과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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