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면 자국의 술을 산업으로 연결하고 성장 원동력으로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내는 건 선진국의 주류산업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우리민족 생활문화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는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명절선물 쯤으로 치부되어온 전통주가 대학가에서 ‘전통주 동아리’로 활성화되기도 하고, 일반 술집 중에서 전통주만을 취급하는 전문주점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다양성과 지역성 그리고 역사성을 갖춘 전통주가 점차 스스로의 위상에 걸 맞는 대접을 받고 있는 모습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통주가 안고 있는 현실은 대단히 침울하다. 2013년 기준으로 700여개에 이르는 영세·소규모 제조장에서 생산되는 전통주의 출고액은 전체 주류산업에서 0.3%를 차지하는데 그치고 있으며, 제조장 1개소 당 연간매출액은 7000만 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쌀 소비 감소추세 지속 및 생산과잉 등이 점차 고질적인 농업문제로 고착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전체 국내 주류제조 원료 사용량 중 수입산이 58.4%, 국내산이 41.6%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표적인 국민주로 인식되는 탁주제조의 60.8%가 값싼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2010년 전통주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소위 전통주법이 의원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하여 발효되었다. 국세청의 반발이 극심했던 만큼, 전통주업계의 기대도 컸다. ‘전통주등의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라는 이 법률은 전통주의 산업화를 위해 전통주육성 주무부처를 국세청에서 농림부로, 전통주를 외국산원료 등을 이용한 일반주류와 차별화하여 육성함으로써 국산원료 사용촉진과 관광연계 등 농가소득 증대 및 지역경제활성화를 도모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 전통주에 대한 기본계획의 수립, 기술보급, 경영개선 등과 함께 관련 주체에 대한 제도적 지원근거 마련을 입법취지에 명시하고 있다. 사실 전통주법 제정 이전에도 전통주산업 활성화를 위한 수많은 사회적 논의가 있었고 이 같은 내용의 일부는 입법에도 반영되었고, 현재까지도 일부 법상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통주법만큼 짜임새 있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통주의 산업화를 위한 철학과 틀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전통주법에는 FTA 등 글로벌화의 확장과 무한경쟁시대 속에서 소규모·영세 전통주산업의 여건을 이해하고 국책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포함하여 취약한 경쟁력을 강화하여 산업화를 전개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넘칠 만큼 담겨져 있다. 이에 따라 저리 융자행태로 생산과정에서의 시설개선자금, 가공원료매입자금, 전문인력양성, 품질고급화와 명주발굴을 위한 R&D지원, 찾아가는 양조장 등 6차산업화 시도와 같은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주의 현실은 ‘암울’그 자체이다. 이 같이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왜 일까라는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어떻게 라는 대안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다양한 주류를 선호하는 소비시장이 만들어져 있지만 우리는 지금 이러한 국내외적인 시장변화에 지혜롭게 대응하고 있는지 관련주체 모두가 냉철하게 되짚어 보아야할 때이다. 지금이라도 관련 주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우리 술 전통주가 갖고 있는 단점과 약점을 치유하고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국내는 물론, 세계의 애주가가 각자가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전통주 한가지씩을 갖게 되는 그날이 빠른 시일 안에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홍우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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