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발한 4월, 군대 면접을 보러갔다. 방식은 1대1 면접. 군복을 입은 면접관과 마주 앉았다. 면접관이 ‘구타를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머릿속에서 떠오른 그대로, 구타가 사라져야할 문화임을 설명하니 1분 남짓 흘렀다. 이내 면접관은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며 질문을 반복했다. 답했다. “...신고할 겁니다.”

  최근 군내부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말이 들려온다. 헬리콥터 부모들 때문에 군(軍)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일부 부모들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을 통해 부대 간부들과 직접 연락을 주고받아 피로를 준다는 것이다. 한 아버지가 30km 행군을 함께 하며 쉬는 시간마다 치킨이나 빵 같은 간식을 나른 것도 기사로 소개됐다.

  뉴턴의 제3 법칙이 아닐까. 작용-반작용 말이다. 그간 은폐되고 축소된 가혹행위가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으로 주목받으면서 따라온 반작용이 아닐까. 2016년 4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한 헌병대 수사관이 점호 때 바닥에 물이 고였다는 이유로 한 병사에게 “니가 핥아”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폐단은 여전하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구타 근절’은 지금껏 공허한 외침과도 같았다.

  국방부가 군인 기본권 침해 여부 실태조사를 의무적으로 1회 이상 실시하도록 입법하겠다고 4월 16일 밝혔다. 하지만 실태 조사로는 충분치 않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신고 시스템을 군 외부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군내부에 고충처리절차를 두는 것은 이용 실적이 낮을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낮다. 또한, 중요한 것은 진상 규명과 적절한 처벌이다. 4월 27일 윤 일병 사망사건 관련 고등군사법원 공판이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하나 더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면접관이 보였던 ‘못마땅한 기색’은 무엇을 의미하는 반응이었을까. 구타가 왜 잘못됐는지는 283쪽에 달하는 국군 인권 교재에도 나와 있다. 해당 교재는 교관용으로, 국군 장병에 대한 인권교육을 시행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아무렴 괜찮겠다. 곧 군대에 가면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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