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장미를 받았다. 받을 기회가 흔치 않은 꽃을 건넨 이유가 사뭇 궁금했다.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렇다.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인 16일은 성년의 날이었다.

  장미의 꽃말은 ‘열정, 기쁨’이다. 사회생활을 열정과 기쁨으로 시작하라는 뜻에서 장미를 선물한다고 한다. 열정, 좋다.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것보다 훨 낫다.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몰입하는 자세는 정말 멋지다.

  열정이란 단어는 창업 분야에서 자주 등장한다. ‘성공 벤처 CEO 열정’ 등 꾸준하게 언론에서 오르내린다. 새로 신설되는 본교 창업공간, 개척마을(파이빌)의 지향점 역시 마찬가지다.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는 학생들은 누구든 이용할 수 있으며...”. 박제된 표본일지라도, 우리는 희망을 얻고 추진력을 얻는다. 열정만 있으면, 열심히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으리란 믿음 역시 갖는다.

  하지만 그 믿음이 실현되는 건 어려운 현재다. 자본이 집회를 동원해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고, 대물림되는 권력은 계층화된 ‘신분’을 드러낸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Angus Stewart Deaton, 프리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격차가 커지고 소득 수준에 따라 건강과 평균 수명까지 양극화하는 극심한 불평등이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불평등의 심화가 감지된다”고 17일 아시아리더십컨퍼런스에서 진단했다.

  사회현장에서 열정은 다른 의미로 치환된다. 청년의 노동을 헐값에 내놓으라는 사회적 강요가 ‘열정’이라는 멋진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4월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청년근로자 6명 중 1명(17.0%)이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는 ‘열정페이’ 상태에 있다. 게다가 2011년 12.3%에서 2013년 14.4%로 열정페이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18년 동안 활동해온 ‘학벌없는사회’는 출신 계층에 따라 삶이 대물림되는 사회가 도래했다며 해체를 선언했다. ‘개척하는 지성’도 실패할 수 있는, 2016년 당신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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