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라고 해서 샐러드만 먹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 다만 그 재료를 동물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을 뿐이다. 콩과 버섯으로 고기의 식감을 즐길 수 있고 두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으로 여름을 날 수도 있다. 본교 정문에서 종암동 방향으로 20분 정도 걸어서 한 작은 상가 건물에 닿으면 비건(vegan)채식메뉴를 전문으로 하는 ‘채식카페 달냥’이 나온다. 비건은 동물로부터 나온 어떤 것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가리킨다.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강소양(여·39), 최서연(여·35), 이 두 사장이 분주하게 요리를 하며 손님을 맞이한다. 두 사장 모두 수 년 동안의 비건 생활을 통해 요리 실력을 갈고 닦았다.

▲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달냥은 주마다 다른 메뉴를 내놓는다. 지난주에 찾은 달냥에선 ‘바질페스토 스파게티’와 ‘과콰몰리 토마토 살사’가 주메뉴로 차려졌다. 바질페스토 스파게티에는 생바질잎과 생캐슈넛, 마늘, 올리브유, 비건치즈 등으로 직접 만든 페스토 소스가 들어간다. 비건치즈는 유제품이 아닌 순수 코코넛오일을 사용해 만든 치즈를 말한다. 연녹색이 밴 면을 포크에 둘둘 말아 한 입에 넣으면 신선한 바질향이 식욕을 돋운다. 깔끔한 맛이 별미인 바질페스토 스파게티엔 별도의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파스타면을 볶을 때 간장을 넣고 센 불에 볶아 풍미를 살린다.

과콰몰리는 아보카도 과육에 토마토, 레몬즙, 소금 등을 섞어 만드는 소스의 일종이다. 토마토, 파프리카, 당근 등의 원색 채소가 곳곳에 박힌 과콰몰리 옆에는 살사소스로 버무린 토마토가 매콤한 향을 풍기며 소담하게 놓여졌다. 달냥은 과콰몰리에 흔하게 찍어먹는 나초칩 대신에 직접 구운 밀 또띠아칩을 작게 잘라 내놓는다. 시중에 파는 나초칩에는 GMO옥수수가루가 첨가돼 있어서다. 이날은 특별히 달냥의 단골손님이 직접 구운 천연발효빵도 곁들여 나왔다. 또띠아칩에 과콰몰리 한 숟갈을 올려 한 입 베어 물면 담백한 향이 입 안에 퍼지며 감칠맛을 낸다. 바삭거리는 또띠아칩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식감에 재미를 더해준다. 심심한 맛이 지루하다면 토마토 살사를 한 스푼 먹어 톡 쏘는 살사소스의 매운 맛과 토마토의 아삭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달냥을 방문하기 전에 전화 한 통을 하면 먹고 싶은 메뉴를 채식으로 먹을 수 있다. 초밥도, 푸딩도, 카레도 모두 가능하다. 정해진 메뉴가 없이 매번 바뀌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두 사장은 입을 모아 말했다. “가게를 열 때,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의 분위기를 모토로 삼았어요. 심야식당에서처럼 채식주의자들이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조금씩 만들어서 같이 먹는 작은 식당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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