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판으로 재개봉하면서 지난해 관객 900만을 기록한 영화 <내부자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 후보에 도전하는 유력 정치인과 그를 후원하는 재벌총수, 정경유착의 연결고리인 언론인 간의 끈적한 관계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영화였다. 이 영화 속의 설정이 영화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란 것을 다시금 일깨운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서다.

최근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은 영화 속에서 대중을 ‘개돼지’라 표현했던 이강희 논설위원의 말이 연상된다. 얼마 전 국내 대기업 회장의 사건 또한 충격이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영상에는 불법 성매매를 하는 대기업 회장의 모습이 담겨있다. 공개되지 않은 영상에는 더 적나라한 장면들이 담겨있다고 했다. 성매매와 그 과정에 얽힌 계략까지 영화 <내부자들>를 다시 보는듯 했다.

뉴스타파의 기자는 관련 영상을 입수한 후 넉 달 동안 철저한 준비를 했다. 기자의 보도는 일파만파로 인터넷에 퍼졌고, 관련 영상은 순식간에 유튜브 조회 수 900만에 육박했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피라냐처럼 달려들던 국내언론들이 이 날만은 침묵했다. 참으로 이례적인 날이었다. 공영을 자처한 한 방송은 너무 신중한 나머지 올렸던 기사를 조용히 삭제했다. 광고와 협찬을 의식했는지, 아니면 영상의 진위를 따져 보도하려는 판단이었는지 알 길은 없다. 언론은 삼성 측의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하며 단순 보도로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아무런 팩트 없이 지껄이는 곳, 게네들이 노는 곳이 바로 SNS 아닙니까? 씹을 대로 씹어대다가 단물이 빠지면 또 다른 뼈다귀에 덤벼들어 씹어대겠죠. 부르르 끓어오르다가 금세 식어버리는 냄비근성 알지 않습니까?” <내부자들> 끝 장면에서 이강희는 감옥에 갇히고도 여유 있게 말을 남긴다.

‘직업윤리를 따라 신중하게 행동한 것’이란 여러 언론사의 입장을 억지라도 믿고 싶다. ‘아무런 팩트 없이 지껄이지 않기 위해’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킨 최초의 사례로 남을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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