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무지몽매한 허수아비의 지배 속에서 4년을 지내왔다. 조악한 것일수록 당당한 외양을 드러낸다고 최순실은 일체 부끄러움이 없었다. 오히려 준비를 마친 후에, 당당히 검찰소환에 등장했다.

비상식적인 상황에 민중은 분노했고, 거리로 나섰다. 글로 정치를 비판했고,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난 글솜씨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다. 대신 나는 SNS 정치 비판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한다. 학교에 붙은 대자보 앞에 발길을 멈춰 한참 동안 주시하고 생각을 한다. 사람들의 글에 공감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간접적이나마 알량스럽게 나는 그들과 함께했다.

부끄럽다.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그저 그날그날 그렇게 살아가는 나 자신이. 나라 안팎의 일에 마음이 심란해져 분노가 들끓다가도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고, 수다를 떨면 이내 감정이 사그라들고 마는 나에게서. 침대에 누워 폰을 만지작거리다 광화문 집회에 나갔다는 지인들의 글을 읽으면 또다시 감정이 솟구치다가도, ‘저런 집회 나가면 선동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한다.’라는 부모님의 걱정에, ‘그래, 내가 집회 나가고 시위한다고 뭐가 바뀔까’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마는 나다.

부끄럽다. 역사 속에 서 있는 내가. 사학을 배우는 내가. 역사를 보면 권력에 대항해 변화를 추구했던 많은 지식인과 운동가들은 실패를 경험했는데, 지금은 바뀔 수 있을까. 두렵다. 변할 수 있을까. 냄비처럼 들끓어 올랐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우리의 심장이 이번에도 그렇게 쉽사리 차가워져 버리진 않을까.

오늘도 난 부끄러움을 느끼며 알량한 최선의 것을 한다. 11월의 모진 밤바람이 우리의 의지를 꺼버리기 전에, 민중들의 가슴이 씁쓸함과 아픔으로 가득 차버리기 전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생각을 품고 뜨겁게 바라봐야지. 국민의 심판 아래 그들이 책임을 지고 민주주의를 찾기까지. 역사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지. 부끄러움을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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