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코끝 시린 겨울, 난 네가 생각난다. 옆 반 학생이었다는 것 외에는 너와 인연이 없지만, 이맘때 즈음 나는 널 떠올린다. 너는 하늘에서 뭘 하고 있을까. 꽃을 좋아했던 너는 너무 춥다며 봄 사월을 고대하고 있을까.

  고3 수능을 앞두고 넌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넌 힘들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높은 아파트 창문에서 몸을 실어 날렸다고 했다. 너를 잃은 다음 날. 학교방송을 통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눈물을 떨궜다. 넌 여리고 착했다. 힘들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던 넌 전날 학교에 결석했다. 유난히 밝았기에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네 책상 앞에 가득 쌓인 하얀 국화 앞에서 말도 없이 하늘나라로 가버린 너를 바보 같다며 원망했다.

  뭔가를 얻었을 때가 아니라 뭔가를 잃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알지 못했던 걸 깨닫는다. 사실 너에 대한 내 원망은 좀 더 주변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나에 대한 원망이었다. ‘고등학생 땐 다 힘들고 그런 거니까. 당연히 스스로 이겨내야지.’ 그 친구에게 왜 말을 하지 않았냐 했던 나 자신도 정작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잠깐 내려놓아도 괜찮아. 충분히 잘 해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난 너를 꼭 안으며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평생을 내려놓아 버린 너에게 나는 네가 누리지 못한 날들을 대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너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말했다.

  사라진 의문의 7시간 때문에 너보다 어린 아이들이 차디찬 바닷속으로 빠졌다. 부모의 권력으로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은 꿈과 희망이 짓밟혔다. 무능력한 대통령과 그 비선 실세로 국민은 배신당했고 흐느꼈다. 12월 첫째 주. 6차 촛불 집회가 열린다. 암흑으로 가득 찬 어둠을 빛으로 밝힐 수 있을까. 나는 너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 것이다. 네가 좋아하는 꽃 피는 봄 사월엔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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