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계에서 사진술의 위상은 오르락내리락한다. 현대미술의 역사를 돌아보면, 사진술과 사진가가 중요성을 띠는 시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다. 지금은 사진술이나 사진가의 위상이 하락하는 긴 하강곡선에서 중간쯤 된다. 아이폰처럼 디지털사진기를 재매개-흡수해버린 스마트기기가 등장하고, 인스타그램 등 사진을 새로운 방식으로 향유하는 소셜미디어가 확산하면서, 사진에 대한 인식과 위상 모두,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야 말았다.

  한데, 이러한 위기 상황에 화답하듯, KPS라는 3인조 아마추어 사진 프로젝트 그룹이 나타나, 허접스럽고 의미심장한 전시를 열었다. 현대미술가인 구동희, 박미나, Sasa[44]는,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의 형식을 취해, 2016년 10월 28일부터 11월 5일까지 홍대 인근의 마포평생학습관 1층의 전시실에서 그룹전을 개최했다. 전시 제목은, <KPS 사진전>. 전시장 풍경은 일견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의 그것 그대로였다.

  본디 화가인 박미나는, 아이폰6S플러스로 추상미술처럼 뵈는 바닥을 촬영한 뒤 적당한 크기로 출력해 전시했는데, 대상은 크게 두 종류였다. 한 가지는 땅바닥이고 다른 한 가지는 건물의 바닥이었다. 영제로는 ‘그라운드’와 ‘플로어’로 나눠서 작업했지만, 연작의 제목은 그냥 ‘바닥’. 촬영할 때, 독일의 유형학 사진처럼 정면성을 확보하고자 했고, 따라서 최종 결과물도 유형학적 사진처럼 독해된다.

  영상 작업으로 이름난 구동희는, 세 가지 작업을 출품했는데, 창작 방법으로 볼 때 가장 특이한 것은, 8장의 사진을 4개의 액자에 묶은, 네 그룹의 연속 사진들이었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움직이는 것들”을 촬영한 결과였는데, 포착된 이미지를 보면, 새가 날아오르고 게가 눈동자 위치를 바꾸는 등의 하찮은 순간이다. 실제론 사진기로 촬영한 이미지가 아니고, 작가가 소장 중이던 영상에서 ‘결정적 순간’을 잡아낸 캡처 이미지다. 하나의 액자에서 위의 사진은 고속 장면을 포착한 결과였고, 아래의 사진은 저속 장면을 포착한 결과였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다고 주장했던, 소위 스트레이트 사진가들의 리얼리티를 촌평하는 작업이려나?

  반면 KPS의 주동자인 DB미술가 Sasa[44]는, 2015년 12월 25일 성탄절을 맞아 홍대 중심가의 그래피티 이미지를 모두 촬영했다. (촬영기기는 역시 아이폰6S플러스.) 아침 6시부터 대기하다가 날이 밝아진 7시 28분부터 촬영을 시작해 8시 37분에 촬영을 마쳤고, 촬영된 총 224장 가운데 100장을 추려서 100가지 스티커를 각각 500장씩 제작했다. (그의 스티커는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공짜로 가져갈 수 있었다.) 이 작업은, 한국의 그래피티 문화와 연말의 홍대앞 거리에 나붙은 각종 홍보물의 기록지가 되는 셈인데, 2016년 성탄절에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하니, 대략 10년간 이 프로젝트를 지속할 생각인 것 같다.

  2010년대의 사진술과 사진의 관습으로 포착할 수 있는 오늘의 리얼리티는 무엇일까? KPS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 이제 전업 사진가들이 답할 차례다.

 

글 | 임근준 AKA 이정우 미술·디자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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