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만화카페에 질렸다면 여기는 어때?
평범한 만화카페에 질렸다면 여기는 어때?
  • 박윤상 기자
  • 승인 2017.04.03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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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박윤상 기자 prize@

방대한 만화책의 위엄, ‘즐거운 작당’
  지하를 내려가는 계단 중간,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아래로 내려가 여닫이문을 열면 순간 꿈의 도서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만화광이라면 한 번쯤 꿈꿔볼, 만화책이 가득한 도서관 ‘즐거운작당’이다.

  즐거운작당은 김민정(여·47) 사장의 막연한 소망에서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을 좋아했던 그는 만화책이 가득한 나만의 책방을 갖고 싶었다. 꿈이라기엔 거창한, 이뤄질지 모를 그저 하나의 공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오랜 회사 생활을 끝내면서 그 공상을 실현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홍대에 부동산을 계약하고, 만화책을 즐겨 읽는 친구에게 인테리어를 맡겼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2013년 말, 만화카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즐거운작당이 탄생했다.

  즐거운작당은 처음 생겼을 당시 참신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갈색 나무 책상과 책장, 흰색 천장은 자연에 온 듯 친화적이고, 은은한 옅은 노란빛은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계단 아래에 책을 수납하고, 책장 아래엔 좌식 공간을 넣어 누워서 만화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 보니 즐거운작당의 인테리어는 이후 프랜차이즈 만화카페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프랜차이즈를 하자는 분들이 정말 많이 왔었는데 다 거절했어요. 동네마다 똑같은 책방이 있어선 안 되잖아요. 책방은 저마다의 취향이 반영된 곳이니까요. 다양한 책방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비슷비슷한 프랜차이즈 만화카페가 물밀 듯이 생겨난 지금, 즐거운작당만의 특징은 더는 인테리어가 아니다. 즐거운작당은 ‘양’으로 승부한다. 4만 권에 이르는 라이브러리 규모에, 그래픽노블, 코믹스, 웹툰 등 구비하는 만화책 종류도 다양하다. 김민정 사장은 만화책 전문 서점 ‘북새통’을 통해 매월 100권 정도의 신간을 구매한다. 여기에선 찾는 만화책이 없어 시무룩해할 일이 없다. “대신 인문학과 판타지 소설, 무협지가 없어요. 만화책을 수납할 공간도 부족할 지경이거든요.” 올해엔 책을 더 수납하기 위해 좌식 공간을 줄이기까지 했다. “누울 수 있는 인테리어는 여기가 처음이었죠. 근데 이제 만화카페마다 누울 자리들이 마련됐잖아요. 우리만의 특징이 사라진 것 같아서 이상하게 싫더라고요. 가끔 공개된 공간인데 애정행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책 꽂을 공간이 부족한 찰나에 잘 됐다 싶었죠.”

  즐거운작당은 오래된 만큼 단골도 많다. 직장인 박미림(여·33) 씨는 작년부터 즐거운작당을 이용하고 있다. “처음 왔을 때 쾌적하고 인테리어가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그다음부터 휴가 날이나 주말에 와서 4시간 넘게 만화책을 읽어요.”
김민정 사장은 이 시대의 진정한 만화책 마니아다. 즐거운작당에 있는 만화책 대부분을 읽었을 정도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만화가의 책들을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가게 가운데에 진열하기도 한다. “시의성에 맞게 진열을 달리해요. 좋은 만화책을 손님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죠.”

만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청춘문화싸롱’
  만화책만 보기엔 왠지 모르게 심심하다면 이곳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허수영(남·31) 사장이 운영하는 ‘청춘문화싸롱’은 만화만을 위한 평범한 만화카페가 아니다. 만화카페에 공연과 강연, 전시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이름 그대로 청춘들이 문화를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건물 3층으로 올라가 청춘문화싸롱의 문을 열면 현재 전시 중인 김나훔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가장 먼저 손님을 반긴다. 작품은 입구 복도뿐 아니라 가게 곳곳에 걸려있어, 자기도 모르게 눈길을 끈다. 김나훔 작가의 토크쇼가 진행됐던 3월 29일, 가게 안은 한창 세트 준비로 분주했다. 소파를 빼고 무대를 설치하며 뚝딱뚝딱하기를 몇 시간, 어느새 만화카페가 손색없는 토크쇼 무대로 바뀌었다.

  토크쇼 외에도 청춘문화싸롱에선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공연, 강연이 열린다. 이전엔 라디오의 공개 방송이 진행돼 인디 가수들이 공연하기도 했다. 국악을 가르치는 연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기도 했다. 미술 전시, 사진전 등도 경계를 두지 않고 많이 이뤄지는 편이다. “예전에 비 오는 날 테라스를 열고 재즈 플래시몹을 한 적이 있어요. 바이올린 음악가 두 분이랑 퍼커션 한 분, 이렇게 3인조 밴드가 갑자기 튀어나와 연주하는 거죠. 그때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사람들이 청춘문화싸롱을 많이 알게 됐어요.”

  만화카페가 이처럼 문화공간이 될 수 있었던 건 허수영 사장의 남다른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 친구들이 만화카페를 동업하자고 제안했을 때 그는 평범한 만화카페는 싫다는 의견을 단호히 밝혔다. ‘평범함을 탈피한 만화카페는 무엇일까.’ 친구 4명이 의기투합해 아이디어를 모았다. 그렇게 나온 것이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이곳을 늘 살아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청춘들의 쉼터를 목표로 잡았죠. 멀리 가지 않고 이곳에만 오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만화카페에서 공연이나 강연을 열기 위해서 까다로운 부분도 많았다. 가게의 인테리어는 매장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만화책을 한 공간에 배치하고, 대신 넓은 야외 테라스를 마련했다. 그렇다고 만화카페의 성격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구비하고 있는 2만 5000권의 책은 만화책뿐만 아니라 소설, 잡지, 인문학 서적 등 다양하다.

  허수영 사장은 앞으로도 문화공연을 끊임없이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춘문화싸롱이 홍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홍대를 지나갈 때 잠깐이라도 머물고 싶어지도록 말이죠.”

▲ 사진 | 박윤상 기자 prize@

술 한 모금 만화 한 쪽, ‘피망과토마토 만화빠’
  신촌역 근처의 건물 2층 ‘피망과토마토 만화카페’ 간판. ‘카페’란 단어가 지워진 자리엔 ‘빠(bar)’란 단어가 원래 제 자리인 양 자리를 잡았다.

  피망과토마토는 원래 만화카페였다. 빠로 바뀐 건 불과 6개월 전이다. 황순욱(남·37) 사장은 5년 전에 영업 중이던 만화카페를 인수했다. 그는 희한한 이름의 만화카페를 인수하면서 독특한 공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 카페는 ‘빠’가 됐다. 빠로 변하면서 맥주가 가득 찬 냉장고가 들어왔고, 기존에 있던 시간제 요금도 사라졌다. “시간 요금이 있으면 손님들이 책을 읽는데 몰두해요. 그러면 책을 읽기 좋은 환경도 만들어야 하는데, 빠로선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그냥 없애버렸어요.” 이젠 음료를 구매하면 시간에 상관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빠’의 특성에 맞게 다른 만화카페와는 달리 커다란 DJ 기기가 가장 눈에 띈다. 스피커에선 감미로운 밴드 음악이 흘러나오고, 천장엔 미러볼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아담한 내부는 벨벳 소파와 노란색 기둥, 파란색 천장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뜻밖의 차분함이 느껴진다.

  가게를 들어가는 문엔 ‘이게 나라냐’가 적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지지 포스터를 비롯해 시국을 반영한 여러 유인물과 스티커 등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문에서 보이듯 황순욱 사장은 사회에 관심이 많다. 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손님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선고 날엔 ‘탄핵선고 라이브 관람회’를 열어 치킨을 무료로 나눠줬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시위를 했을 땐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이용료를 받지 않기도 했다. “사회와의 소통에 원래 관심이 많아요. 이 공간을 단지 책만 읽는 공간으로는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사장과 손님이 소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공간은 작지만 만화책만큼은 어느 만화카페에도 뒤지지 않는다. 3만 권이 넘고, 독립만화와 대안 만화가 있을 정도로 그 종류도 다양하다. 더불어 이곳엔 특별한 만화책이 있는데 BL(Boys Love) 장르의 만화책이다. 가게 뒤편에 있는 별도의 서재에 책들이 비밀리 비치돼있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성인만화 공간을 만들려고 했는데 BL 책이 원래 많이 있다 보니 어쩌다 그렇게 모이게 된 거죠.”
4월 1일, 피망과토마토 페이스북 페이지에 중국집으로 바뀌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만우절에 맞춘 황순욱 사장의 이벤트다. “친구 집처럼 여유로운 공간으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술을 마시면서 만화도 곁들이는 재미있는 공간으로요.”

▲ 사진 | 박윤상 기자 prize@

어디선가 야옹야옹, ‘카페데코믹스’
  만화카페를 가는 사람들은 당연히 만화를 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카페데코믹스’를 찾는 사람들은 어쩌면 만화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을지 모른다.
신촌역 근처 카페데코믹스 2호점. 매장 안에 들어가기 위해 계산대에서 손 세척제로 손을 씻었다. 만화책을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게 안의 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가게 안엔 5마리의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이처럼 특이하게도 카페데코믹스엔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가끔 고양이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거나, 만화를 읽는 사이 다리 아래를 지나가기도 한다. 매장엔 손님들이 고양이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고양이들의 이름과 나이가 적힌 사진을 게시하고, 벽면 곳곳에 고양이 사진을 붙여놓는다. 각 테이블에는 고양이를 대할 때의 주의사항도 적혀있다. 고양이를 안거나 괴롭히면 안 되고, 과자나 쥐포 등 음식을 줘서도 안 된다.

  가게의 인테리어도 고양이가 살기 좋도록 특화돼있다. 높은 천장에 고양이 놀이기구를 메 달고, 책장 위엔 초록색 천을 깔아 고양이들이 편하게 올라타도록 했다. 순한 고양이들이 손님과 잘 어울리다보니 만화가 아닌 고양이를 보기 위해 가게를 찾는 손님도 있다. 가게에서 만난 김모(여·22) 씨도 그중 하나다. “고양이를 워낙 좋아해서 시간이 날 때면 자주 와요. 다른 평범한 고양이카페보다 좋거든요. 고양이랑 놀고 만화도 함께 볼 수 있으니까요. 한 번 오면 2시간 이상 이용하는 거 같아요.”

  카페데코믹스는 프랜차이즈 만화카페지만 만화카페 열풍에 편승하며 등장한 건 아니다. 일찍이 고양이가 있는 만화카페로 인기를 얻고, 추후 매장을 넓혀나갔다. 매장 안의 고양이는 카페데코믹스 창업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지점마다 고양이 숫자는 다르지만 보통 5~7마리 정도의 고양이를 매장에서 키우고 있다.

  딸랑딸랑. 손님이 들어오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명희(백석예대 실용과14) 씨는 손님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고양이를 편하게 만지고 함께 노셔도 좋아요. 다만 괴롭히지만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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