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언제나 하나다. 바로 인간관계다. 인간관계는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발생하게 된다. 호감으로 사귀는 사람도 있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 사귈 수도 있다. 그래도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호 간의 존중과 배려다. 요즘 사회에서는 자기의 목표만을 위해 달리다 보니 옆 사람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멀리 뒤쳐진 모습이다.

  영화 <라스트 베가스>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영화는 58년의 우정을 지켜온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다. 그 긴 시간 동안 서로 오해도 하고 싸우며 맺어진 우정을 만든 계기는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믿음과 배려 속 우정은 58년을 유지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샘 해리스 역을 맡은 케빈 클라인은 자신을 유혹하는 여자에게 “난 항상 멋진 일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와이프한테 말하는 거야. 근데 이 일을 와이프에게 말할 수 없다면 그건 더 이상 멋진 일이 아니겠지”라 말한다. 인간관계를 가진 상대에겐 진심으로 대하고 상처가 없을 때 지속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손 내밀고 도와주면 상대도 이에 보답할 것이다.’ 과연 이 말이 맞는 것일까 고민한다. 이익만을 좇는 사회 속에서 나의 순진한 손길은 상대에겐 그저 이용할만한 도구일 수도 있다. 물론 인간관계는 순전히 이익을 위해서만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배려 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베풀고 있다는 것은 나를 그만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모른 채 배려 없는 행동을 들킨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이익을 위해 그 사람에게 접근했다면 좀 더 진심으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지구온난화로 세상이 뜨거워져 문제지만 사회는 오히려 얼어붙는다. 사람이 만나는 장소는 모두 가면무도회가 된다. 이 사람이 필요할 때만 웃고 뒤에선 깔본다. 언제까지 가면 속에서 자신을 위해서만 살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이 싫고 좋음은 있겠지만 적어도 서로에 대한 매너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상호배려가 없는 인간관계는 결국 나에게 돌아와 상처에 무너질 것이다. 상처로 물든 사회는 진심을 보여주지 않는 병든 사회로 식어가면서 더욱 차갑게, 아프게 만든다.

 

글 | 류승현 기자 r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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