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의 상담도 교수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진로와 취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 가치관, 배우자와 함께 인생의 3대 선택에 직업이 든다니, 이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과여서 죄송하다는 ‘문송합니다’라는 말까지 항간에 유행하고 있는 터라, 필자가 소속된 문과대학의 학생들이 진로와 취업 문제에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몇 년 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여러 대학에 위탁해 제작한 ‘대학전공별 진로 가이드’ 작업에 선뜻 참여하게 된 것도 학생들의 진로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뜻에서였다. 당시 고용정보원에서는 모두 40개 전공을 대상으로, 각 전공 졸업생들의 진로를 주요 직업, 융합 직업, 대학원의 세 분야로 나누어 제시하는 책자를 제작했다. 고용정보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 책자를 PDF 파일로 다운받아 볼 수 있으니, 관심 있는 학생은 이용하기 바란다.

  최근에 급속도로 발전한 인공지능(AI)도 진로와 관련하여 화제의 초점이 되곤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인가, 아니면 더 많은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와 창출이라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진행될 것은 분명한데, 인문계열 학생들은 ‘창출’을 환영하기보다 ‘대체’를 우려하는 쪽인 듯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기계, 분석, 직관, 공감 등의 지능을 갖추고 있으며, 앞쪽의 지능부터 순차적으로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계 지능이 먼저 인간을 대신하겠지만,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공감 지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업 수는 1만2000여 개에 이른다. 여기에 포함된 직업 가운데 하나인 마술사의 미래는 어떨까? 한국직업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마술사를 검색하면 “관객들 앞에서 동전, 카드 등의 각종 마술도구들을 사용하여 마술공연을 한다”고 소개한다. 이어서 마술사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할 교육과 훈련, 직업만족도와 전망, 업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과 성격도 알려준다. 향후 고용 전망을 보니 5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나, 열악한 작업환경과 낮은 보수로 인해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귀띔한다.

  뜬금없이 마술사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에 어떤 책에서 소개한 미국의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David Blaine)의 테드(TED) 강연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거리 마술사로 유명한 데이비드 블레인은 테드 홈페이지에 마술사 겸 ‘참기 예술가(endurance artist)’로 소개된 것처럼 오래 참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테드 강연의 제목도 “나는 어떻게 17분간 숨을 참았나?”일 정도였다. 필자의 개인 기록인 1분 10초와 워낙 차이가 커서 그게 과연 어떻게 가능한지 확인하고자 그의 강연을 유심히 들어보았다.

  데이비드는 처음에 마술사답게 실제로는 숨을 쉬면서도 마치 숨을 참는 것처럼 보이는 트릭을 개발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이런저런 방법을 아무리 궁리해봐도 신통치 않자 실제로 숨을 참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연에서 그는 몇 달 동안 어떤 식으로 훈련했는지 의학적 또는 기술적인 면을 자세하게 소개해주었다. 사실 이 부분은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환상적이고 멋진 마술도 많을 텐데 하필 숨 오래 참기를 선택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 컸다.

  그렇게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던 20분의 강연이 끝나갈 즈음이었다. 그는 강연을 이런 말로 마무리했다. “저는 마술사로서 사람들에게 불가능해보이는 것들을 보여주려 합니다. 마술은 숨을 오래 참는 것이든 카드를 섞는 것이든 단순합니다. 그건 연습이고 훈련이며…….” 여기까지 말하던 데이비드는 갑자기 터져나온 눈물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진정을 한 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최고의 모습을 위해 고통을 헤쳐가는 것, 그것이 내게는 마술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위해 어떤 연습과 훈련으로 마술을 준비하고 있는지, 마술사의 눈물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김준연 문과대 교수 중어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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