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노트북, 스마트폰, 회색 건물, 아스팔트 도로. 가로수를 제외하면 도심은 초록빛 자연과는 한없이 동떨어진 회색이다. 아직 더운 날씨에, 그런 풍경에만 둘러싸여 있으면 문득 형형색색의 꽃에 갈증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땐 꽃이 사시사철 피어있는 카페로 가보는 건 어떨까.

  익선동 한옥마을을 거닐다 보면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한옥 외부에 각종 꽃을 가득 장식한 플라워카페 ‘마당’이다.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전신을 감싸는 서늘한 공기가 더위에 지친 마음을 풀어준다.

  ‘마당’은 한옥 내부에 플라워카페의 개념을 도입했다. 벽을 무성하게 덮은 푸른 잎사귀는 카페를 좁다기보다 아늑하단 느낌을 준다. 원목 탁자에 앉으면, 작은 화병과 색색의 꽃들이 풍경을 채운다. 식물을 테마로 한 아기자기한 소품과 초록빛으로 도배된 바닥은 자연스러운 느낌을 연출한다. 카페엔 드라마 <봄의 왈츠>의 OST ‘꽃잎의 비행’과 같이 꽃을 주제로 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창밖으론 천장에 매달린 방울 무늬 우산이 바람이 불때마다 제각각의 방향으로 흔들리고, 그 밑에 다양한 상품이 전시돼 있다. 꽃다발, 화분, 엽서, 디퓨저처럼 역시 ‘꽃’을 활용한 물건들이다. 카페 외부엔 아름다운 배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행인도 여럿 보인다.

  멋스러운 유리잔에 담긴 메뉴 ‘구름 소다’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달콤한 소다가 어우러졌다. 푸른빛을 띤 음료는 바다를, 그 위를 덮은 거품은 구름을 연상시킨다. 달고 약간은 쌉싸름한 소다의 맛이 혀를 간질이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이스크림 가운데 얹힌 산딸기는 씹는 순간 입안에서 톡 터지며 단맛을 뽐낸다. 구름 소다는 꽃향기와 함께 더위에 지친 마음을 상쾌하게 녹여준다.

  “많은 손님이 찾아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양귀 대표(여·70)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삼전동에서 꽃집을 40년 동안 했어요. 줄곧 플라워카페를 하고 싶었죠.” 예쁜 풍경과 꽃을 다듬는 카페의 플로리스트들이 시각과 후각을 즐겁게 한다. 아무것도 할 마음이 들지 않을 만큼 지치는 여름을 보냈다면, 꽃향기와 시원한 음료가 기다리는 ‘마당’으로 걸어가 보는 걸 추천한다.

 

글·사진│이선영 기자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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