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에서 ‘단식’은 주요 투쟁수단이었다. 1983년 야당 대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3주년 기념일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는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23일간 ‘곡기를 끊었’다. 외신을 통해 이 사건이 알려졌고, 결국 전두환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전세계에 고발하는 효과를 거뒀다.

  모든 단식 투쟁의 귀결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약 30년 뒤인 2016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임기가 1년 반 남은(예정대로라면)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막고자 ‘7일 단식’을 시도했다. 얼마 뒤 자신의 주군이 탄핵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올해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했지만, 목표했던 대통령 측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큰 재미는 보지 못한 것 같다.

  단식은 ‘먹기를 거부하는’ 행위, 곧 목숨을 건 투쟁의 수단이다. 누군가는 민주화라는 거대 담론을 위해, 또 누군가는 정치적 득실을 고려해 식음을 전폐한다. 사회적 약자가 자신을 외면하는 공동체에 던지는, 최후의 외침이기도 하다.

  4일부터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이 노숙 단식을 시작했다. 목표는 ‘총장직선제’ 관철이다. 묵묵부답하던 법인도 부담스러웠던지 면담을 요청해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타협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언제쯤 그가 다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을지,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다.

 

글│ 장강빈 편집국장 whi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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